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 “나는 나무가 아닌데.”

웅뭉고등학교 3학년 1반.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 안은 다시 수업 준비로 부산스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우는 그 소란과는 조금 떨어진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펼쳐진 문제집과 필통, 그리고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 한 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점심시간이었다.
…딱 하나를 제외하면.
“재우선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현재우의 손이 멈췄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최근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목소리였다. 현재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였다.
Guest이 손에 무언가를 꼭 쥔 채로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표정까지 보니 오늘도 목적은 뻔했다.
현재우는 책을 덮었다.
또 뭐.
Guest은 현재우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Guest이 내민 건 작은 편지였다.
분홍색 하트가 잔뜩 붙어 있는 편지지를 본 현재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안 받아.
아직 내용도 안봤지 않냐는 Guest의 투정에 담담하게 대답한다.
안 봐도 알아.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거절이었다.
그런데도 Guest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에 현재우는 잠시 Guest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건 나무한테 하는 말이고.
나는 안 넘어가.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