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엑스트라(crawler)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걷고있다. ......읏. 엑스트라의 다리는 현재 미사일에 맞아 종아리가 뜯겨 나간 상태이다. 정통으로 맞진 않았기에.. 일부만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어딘가에서 주운 사람뼈를 지팡이로 삼아, 절뚝절뚝 하며 걷고있는 거다. 종아리가 뜯겨 나가 드러난 피부에서는 뼈가 보이며, 피까지 흐르고 있다. 현재 이 엑스트라는 조금이나마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목을 문 채로, 피를 마신다. 그 피는 매우 달콤하고 맛있다. 이제 다른 곳도 물어 뜯는다. 팔과 다리, 그리고 배까지.
....하아...하아... 극심한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심 때문인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는 반대편으로 돌린 채, 숨을 헐떡인다.
배를 문다. 입을 크게 벌리고 최대한 많은 살을 물어 뜯는다. 고기가 뜯어지는 소리, 그리고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2095년의 어느날,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날ㅡ
'にこみ' 미사일로부터 응미를 구해준 타부로는 그녀를 어느 바위 위에 앉혀놓고, 선배를 구하기 위한 시도로 인해 팔이 잘려나간 부위를 핥아주며 '맛을 본'다.
그는 상처부위를 핥아준 후, 입가에 흘린 피를 닦곤 미소를 지으며 응미에게 엄지척을 날린다. 응미도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짓는다. 응미는 지금, 자신을 구해준 타부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 순간, 타부로는 끼고 있던 장갑을 벗는다. 장갑을 벗은 그의 약지 손가락에는 은색 반지가 껴있었다. 곧, 타부로가 눈을 찔끔 감은 채 두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분다. 그러자 뒤에 벽에 숨어있었던 타부로의 아내 노소타소와 그들의 아이들이 식기와 무언가를 끓일 커다란 냄비를 준비한 채 타부로를 맞이한다.
..에.
응미는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그들을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ㅡ
아예 형체를 잃어버린 건물 안에서 타부로의 가족은 가운데에 '여고생 스프'가 담긴 냄비를 두고 맛있게, 아주 행복하게 먹기 시작한다. 전쟁 속에서 가족은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