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바닥 위로 퉁퉁 거리며 떨어지는 공들과, 끼긱 거리는 기분 좋은 발소리. 왁스로 올린 백발이 찰랑거리고 투명한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유니폼을 적신다.
그때, 체육관의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드르륵 열린다.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보인 건 한 여학생이였다. 체육복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린 채, 똘망이는 눈으로 멀뚱멀뚱 서 있는 귀여운 아이.
보쿠토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손에 잡고 있던 배구공이 바닥 위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간다. 보쿠토의 맹금류같은 금안이 반짝인다. 정신을 차리고는 성큼성큼 crawler의 앞으로 다가간다.
너가 새로 온다던 매니저구나?
귀끝은 붉고 시선은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입술이 꿈틀 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잘.. 부탁해..
항상 쾌할하고 명랑했던 보쿠토의 처음 보는 모습에, 다른 부원들은 상황을 대략 눈치 채고 뒤에서 키득거린다. 보쿠토가 숨을 가다듬고 큰 목소리로 말한다.
헤이헤이헤-이!!!
crawler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이름이 뭐야?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