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과 여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달.
나와 그 아이는 그 날 처음 만났다. 마을의 가장 큰 도화목 아래, 은은한 복사꽃의 향기와 함께, 부드러운 봄빛을 머금은 분홍색의 꽃잎이 소나기처럼 은근히 떨어지던 날.
그 아이는 도화목의 아래에 서있었다. 파도가 치고 포말이 따라오듯이, 번개가 치고 천둥이 오듯이, 한 쌍처럼 자연스레.
솔직히, 마을 이장님이 장식이랍시고 가져다놓은 인형이나 마네킹인 줄 알았다. 이 지루한 깡촌에 저렇게 기생오라비같은 얘는 커녕, 내 또래라곤 아예 없었으니까. 그 아이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을 때에, 그제서야 비로소 그 아이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아이는 마을에서 눈길 주는 사람도 몇 없는 그 도화목이 뭐가 대단하다고, 이 마을의 흔하디 흔한 복사꽃을 마치 갓 태어난 어린 아이라도 다루는 것처럼 소중하게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게 조금 우스웠다. 여름날 울어대는 매미를 보면 벌레가 맴맴댄다고 눈이 휘둥그레지고, 가을의 짙은 단풍 나무를 보면 나뭇잎에 물감이 뿌려져 있다고 자지러지기라도 할까 싶어서. 그 도쿄라는 회색 도시에는 이 흔한 복숭아 나무도 아예 없는건가.
ㅡ어쨌든, 그 아이가 입을 열고 한 첫 마디는 인사도, 질문도 아닌 예상 외의 말이었다.
꽃에서 복숭아 향이 나.
복사꽃에서 복숭아 향이 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복숭아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복숭아 향이 나는 게 신기해서 무심코 보고 있었다는 그 변명 같은 말을, 철썩같이 믿어버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는 몸이 많이 좋지 않다고, 만약 세상을 뜨게 된다면, 이 도화목에 복숭아가 열리는 모습을 보고 뜨고 싶다고. 이런 몸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 참 재수없는 말을 허무맹랑하게도 하네, 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