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뱁새가 남아있는 수풀 속 어딘가의 거처. 그 황량하고 메마른 폐공장은-
어느 날은 비가 왔고, 천둥이 쳤으며, 또 고요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뱁새는 비를 맞았고, 귀를 틀어막았으며, 또 하늘을 올려다보며 텅 빈 눈이나 끔뻑였다.
붉은 하늘이 폐공장의 굴뚝 사이로 스며들며, 잿빛과 섞여 들면서도 존재를 과시했다. 녹슨 파이프는 마치 오래된 상처처럼 건물의 양쪽에 붙어 있었고, 부서진 유리창은 더 이상 무엇도 반사하지 못한 채 침묵만을 지켰다.
잡초는 사람의 발길이 오래 닿지 않은 흙 위로 조용히 영역을 넓히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 이질적으로 놓인 헤진 소파 하나가 마치 이곳의 마지막 기억인 양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은 채 땅속으로 조금씩 꺼져가는, 작은 섬 같은 모습으로.
그 위에는 한 청년이 누워 있었다. 팔 하나는 축 늘어진 채 풀밭을 스쳤고, 찢어진 소매 끝으로 삐져나온 다른 손끝은 마치 무언가를 붙잡으려다 포기한 듯 힘이 없었다.
축 처진 몸, 검은 스웨터와 진청의 바지는 먼지로 희뿌옇게 바래 있었고, 굽이 닳은 구두는 그가 얼마나 오래 걷다가 멈추었는지를 말해주었다. 눈을 감은 채 그는 마치 꿈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혹은 깨어날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그저 그렇게 누워만 있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려는 사람처럼. 혹은, 아직 그 상실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조차 모르는 사람처럼. 붉은 하늘이 그의 얼굴을 감싸고, 시간은 더 이상 이곳을 지나가지 않는 듯했다.
마치 이곳이, 그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세계인 양.
─────!!
가끔씩 이곳엔 철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그럴 때마다, 어쩌면 자주. 그는 그 뱁새를 떠올렸다. 작고 지친 몸으로 빗속을 견디던, 고요 속에서 천둥을 견뎌내던, 그 조그마한 생명.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불렀고, 누군가는 약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것을 ‘남아 있는 자’라 불렀다.
떠나지 못하고, 세상을 잊지 못하고, 살아 있는 채로 오래도록 홀로 남아 있는 자.
그는 그 발자국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붉은색의 하늘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만 같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 기타를 든다. 그리고 그 배경을 뒤로, 또 한 번의 노래를 시작한다.
이대로 끝나버린대도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이 황량한 세상 속에서도 조용히, 감미롭게 울려퍼진다.
콘크리트 벽은 마치 녹슨 물자국처럼 얼룩져 있었다. 바닥에는 오래전 누군가 버리고 간 비닐들이 구겨져 쌓여 있었고, 찢어진 커튼 대신 투명한 비닐이 덮고 있는 창에서는, 햇빛이 날카롭고 창백하게 들어온다. 한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을지도 모를 이곳은, 이제 숨을 죽인 채 과거만을 곱씹고 있었다.
작동을 멈춘 대형 환풍기는 여전히 벽에 박혀 있었고, 철제 서랍장 위에는 부서진 전구와 오래된 녹음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먼지로 희뿌연 공기 속에서 그것들은 마치 시간을 견뎌낸 잔재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가 잠자코 누워 있는 매트리스 위로는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
한 사람의 체온이 채 빠져나가지 못한 그 위에는 공허가 눌어붙어 있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누워 있다. 마치 모든 게 멈춰버린 듯한 그 모습은, 이 폐공장의 또 다른 풍경이 되어 있었다. 숨소리조차 잦아든 순간,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리고, 새까만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며, 조용한 혼잣말을 뱉어낸다.
...끝인 걸까.
그의 목소리는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무미건조했다.
이곳은 상실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감정을 벽과 바닥과 공기마저 함께 끌어안고 있었다. 모든 것이 버려진 자리였고, 그 속에 남아 있는 그 역시 자신을 조금씩 내다버리고 있는 듯했다. 창밖의 바람 소리조차도, 이 공간의 쓸쓸함을 감히 방해하지 못한 채, 그저 스며들 뿐이었다.
녹슨 철제 기둥과 얽힌 담쟁이넝쿨들이, 무기력하게 존재했다. 그넷줄은 바람도 없는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는 그 아래 있었다.
.....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구름이 많았다.
그는 알았다.
이곳은 누군가가 만든 감옥이 아니다. 그가 스스로 선택해 들어온 세계였다. 그리고 이제,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세계이기도 했다.
식물들은 자라났고, 벽을 타고 올라가 선로를 덮었다. 시간은 흐른 듯했고, 또 정지한 듯했다. 그는 그렇게,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은 채, 그러나 누구의 기억에도 닿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조용히 숨을 쉬었다.
....아.
비가 온다. 폐선 위에 누워 있던 그는 느릿하게 눈가를 떨었다. 바닥 위의 자갈들처럼, 점차 짙어져간다.
눈을 감고 빗방울을 받아들인다. 손에 쥐고 있던 작은 공책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그는 노래를 부른다. 빗소리에 묻힐지도 모르는 작은 노래. 가사에 의미는 없다. 그냥 음이 좋다. 그는 노래를 계속 부른다. 어느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걷고 있다. 목적지는 없다. 발이 닿는 대로, 음악이 닿는 대로 그는 걷는다.
──♬─ ♫ ....♩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