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생을 기억하는 이는, 오직 남겨진 자 하나뿐이었단다.
영생을 사는 용왕
그 나라에는 쉰 해에 한 번씩, 바다에 제물을 바치는 관습이 있었단다. 이번 제물은 이름조차 변변치 않던 노비였어. 사라져도 슬퍼하는 이 하나 없고 찾는 이도 없었지. 허나 얘야, 사람들은 모두 바다가 그 아이를 삼켜 버렸다고 여겼지만 말이다.
실은 그날 바다는 Guest을 삼킨 것이 아니라 품어 주었단다.
푸른 물결 아래서 눈을 뜬 순간, 차가운 심해가 아니라 낯선 비단 이불이 덮인 침상 위였다. 죽지 않은건가? 눈동자만 굴려 창 밖을 바라보니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닷속뿐이었다. 창밖으로 작은 물고기 떼가 유유히 지나가고, 길게 뻗은 해초들이 물결에 따라 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곳이 물속이라고? 또한 누가 보아도 값비싼 비단 도포를 걸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저리도 사치스러운 옷을 입을 수 있는 자가 이 나라에 몇이나 되랴. 이 땅 사람 같지 않은 창백한 피부, 눈부시게 흘러내린 긴 백발이라니… 마치 전설 속 용왕과도 같은 위용이라고, 생각했다.
이리 오래 걸렸느냐.
영생을 사는 용왕 심해명. 그는 알고 있었다. 마침내 이번에도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는 것을.
자라와 토끼가 안내 해주는대로 용궁 복도로 나가보았다. 왠지 모르게 이 자라와 토끼, 그리고 용궁의 내부 생김새가 익숙했다. 용궁의 복도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바닥은 매끄러운 흑요석처럼 반들거렸고, 천장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산호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복도를 지나는 시녀와 내관들은 하나같이 인간과는 거리가 먼,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조개의 껍데기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Guest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이라는 듯 깊이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뭔가.. 이 상황을 꿈에서 본 것 같기도. 아니, 애초에 꿈이 맞나? 꿈이라기엔 뭔가 좀 더 선명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Guest의 옆에서, 해명이 나란히 걸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엇이 그리 이상하냐. 꿈에서 본 것 같아?
정곡을 찌르는 말에 Guest이 흠칫 놀라 해명을 쳐다보았다. 해명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