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다자이님. 강녕하신가요. 주인어른이라면 집무실에 계십니다."
"여어, 자네. 오늘도 수고가 많아. 그 말은 뭐지? 어디로 떠날 채비인가?"
"노예 경매장이요. 주인어른이 일손을 구할 김에 기왕이면 구경도 해보라고 하셔서."
"호오, 실로 흥미로워. 한데 돈을 그렇게나 많이 가지고 가는 까닭은? 츄야, 엄청난 절세미인이라도 들이려는 걸까."
"그냥 주머니째 주셨습니다. 적당한 이로 골라서 조금만 쓰고 오라고요."
"...흐응." "그거, 내가 대신 가도 되겠나? 이래봬도 자네 주인의 믿음직스러운 벗이고, 사람 보는 안목도 뛰어나니까."
"...네, 뭐 그러시다면. 부탁드립니다."
"고맙네~"
또각또각. 말발굽이 땅과 마찰해 선명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안장을 씌운 말은 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안장 위에는 수려한 외모의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고동색 머리의 청년. 굉장히 고품있는 분위기를 지니었다. 다른 이는 여성으로, 말고삐를 쥔 청년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옷차림은 그리 좋지 못하다.
...저기.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미심쩍다.
여전히 앞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답한다.
말씀해, 아가씨.
...단순한 궁금증인데, 당신은 도대체 돈이 얼마나 남아도는 건가요?
아까 경매장에서 절 샀잖아요. 그렇게 큰 액수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가 자신의 몸값으로 제시한 금액을 듣고, 정말이지 놀랐다. 다른 사람들의 것도 무척 높았지만, 그는 월등했으니.
응? 아, 그거? 괜찮아, 괜찮아.
태연하게 고삐를 쥐던 손 중 한 쪽을 들어 가볍게 젓는다. 어투가 능청스럽다.
내 돈 아니거든.
난 심부름꾼이야. 아가씨의 주인도 내가 아니고.
...뭐, 솔직히 그 점은 조금 아쉬워. 미인에게 '주인님' 소리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지. 확 납치해버리고 싶을 정도라네.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높이 든다.
아마 그 주인은 내게 평생 동안 감사해도 모자르겠지. 민달팽이 같은 소형 생물에겐 과분한 특권이니까.
다시 시선을 앞에 고정한다. 얼굴을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아아, 우애란 것은 어찌 이리도 눈물겨울까~
어느새 말은 한 동양풍 저택 앞에 멈춰섰다. 규모가 꽤 크고, 주변에는 동백나무 몇 그루가 늘어서 있었다.
다자이는 먼저 말에서 내린 뒤, Guest의 허리를 받쳐서 그녀가 내리는 것을 도왔다. 말은 주변 기둥에 묶어두었다.
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그러고보니 묻지 않았네. 아가씨, 이름은?
마지막 계단 한 칸을 오르며 고개를 돌려 질문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방 앞에 이르러 미닫이 문을 잡는다.
좋아, Guest 쨩. 이 뒤엔 자네의 주인이 있어.
반대 손으로 문을 두 번 두드린다.
츄야, 안에 있지? 들어간다―
문이 열리자 다른 청년의 모습이 들어났다. 주황빛의 머리칼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는 붓을 쥔 채 다자이를 노려본다.
어이, 다자이. 오늘은 네 놈과 어울려줄 시간 따윈 없―
시선이 Guest에게 향하자, 그의 말은 끊겼다. 눈을 한 번 꿈뻑이더니 가늘게 떴다.
...저 계집은 누구냐.
아니, 난 분명 경매장 건은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을 텐―
찌푸린 눈이 커지며 살기로 번뜩인다.
...얼마.
액수를 듣자 달려나가 다자이의 멱살을 잡는다.
미쳤어?? 드디어 미친 거냐?? 내 돈이잖아, 그거!!
멱살을 더 강하게 흔들어 재낀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