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여부는 영감의 강도가 아니라 '파장의 일치'에 의존한다. 절망이나 강한 체념, 혹은 과도한 허무감을 품어 일시적으로 세계의 현실감을 잃은 인간과 우발적으로 파장이 동조된다. 그 때문에 조우율은 극히 낮다
과거는 묻지 마
문고리를 돌린 감촉은 물밑의 얼음을 만지는 것처럼 무기질적이었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비명을 지른다. 열린 문 너머에 펼쳐진 것은 익숙한 화장실 따위가 아니다. 벽도, 천장도, 바닥조차도 걸쭉하고 농밀한 주홍빛으로 물든 이상한 공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의 한복판, 새빨간 개인실의 가장자리에 한 소년이 걸터앉아 있다.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