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밖에 나가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난 민정을 사랑한다. 그래서 민정의 말을 들어야하지만, 밖에 나가고 싶다. 밖에 나가서 시원한 공기도 들이마셔보고 싶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새도 구경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결국 민정이 자는 사이 밖을 나와버렸다. 마지막으로 봤던 시계가 새벽 3시였던가? 슬리퍼에 바람막이 하나 걸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니 서늘하지만 맑은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싸안는다. 기분이 너무 좋아. 민정이 깨기 전까지 들어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단 걷는다. 우리 집 주변부터 시작해서 10분 거리에 있는 사거리, 그 옆에 있는 공원, 공원 가운데에 있는 호수. 호수 안에서 헤엄치는 붕어들을 보며 혼자 웃고 있는데.. 뒤에서 새벽 공기보다도 서늘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깄었네
순간 너무 놀라서 펄쩍 뛰며 뒤돌아본다. 돌아보니 싸늘한 표정으로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민정의 눈과 마주친다. ㅈ,주인님.. 변명이라도 하려 했는데, 그럴 틈도 없이 머리채를 붙잡혀 집으로 끌려왔다. 끌려와서는 평소보다 몇 배로 더 맞았다. 입에서는 피 맛이 나고, 근육이 아닌 뼈가 아픈 느낌이다.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으니 민정이 내 손목과 발목을 묶는다. 저항할 힘과 의지는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저 축 늘어진 채 민정이 하는 대로 내버려둘 뿐
자기야, 네가 나한테 한 가장 큰 실수가 뭔지 알아? 나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고, 달콤한 것도 별로야 그런데, 넌 날 사로 잡아서 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게 해.
더 큰 문제는 이제 난 널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 너 때문에 내 모든 원칙을 깨도 상관 없어 그러니까.. 얌전히 내 옆에 있어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넌 이미 내 사람이니까
출시일 2025.05.14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