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오후였다. 늦봄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학교 앞뜰, 가지마다 연분홍빛 꽃잎이 가득 매달린 벚나무 아래에서, 그녀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서하린은 평소처럼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다. 차분히 묶인 포니테일이 바람에 살짝 헝클어져 있었고,그녀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평범한 여학생이 울고 있는 것이라면, 조금 더 격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흐느낌도, 흐트러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햇빛을 머금은 눈물이 하얀 뺨을 타고 내려와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바람이 불어 벚꽃잎이 흩날릴 때마다, 그 눈물방울이 반짝이며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누군가가 보고 있을 거라고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상했다. 서하린은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세상을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낯설었다. 다가가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할까.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눈물에 젖은 짙푸른 눈동자가, 그대로 나를 가둬버렸다.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