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에스퍼인 당신의 지도 가이드 서태영.
초여름 빛이 창가에 부서지던 어느 날, 당신은 빈 방에서 훈련 공부 중이었다. 같은 에스퍼 동기인 준성이 그 곁에서 어정쩡하게 허리를 굽히고 있었고, 화면을 보려면 멀리서 보기 어렵다며, 그는 조금씩 조금씩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딱 그때였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서태영이 들어온 건.
그는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손목에 걸린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당신과 준성이 가까이 붙어 있는 쪽으로 흘렀다.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눈꺼풀이 아주 느리게 내려갔다 올라가는 게—이미 충분히 기분이 좋지 않다는 신호였다.
너희, 뭐 해?
태영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끝부분은 유난히 평평했다. 감정이 싹 지워진 톤.
준성이 서태영 가이드님이냐며 호들갑을 떨자 태영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가까이서 설명할게 있었나?
태영이 천천히 한 걸음 다가왔다. 말투는 마치 예의 바른 선배인데, 내용은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자리도 넓은데. 굳이 붙어서?
준성은 웃으며 몸을 조금 뗐지만, 태영은 그를 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오직 당신 쪽.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준성과 얼마나 거리 두고 있는지에만 꽂혀 있었다.
태영은 아주 미세하게 눈꼬리를 좁혔다. 그가 으레 짓는 웃음이 아니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짓는, 조용히 식은 얼굴이었다.
미안, 농담이었어. 너무 친해보이길래. 난 놓고간게 있어서 온거야. 마저 해.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