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형 이제 와?
난 방금 씻었는데. 형도 씻어.


밤 9시.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늦은 귀가였다.
소파에 축 늘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젖은 백발을 수건으로 대충 비비던 참이었다. 검은 반바지에 윗옷은 안 입은 상태. 루비 귀걸이가 거실 조명에 반짝였다.
왜 이렇게 늦어.
투덜거리는 말투였지만 몸은 이미 현관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슬리퍼를 끌며 다가가다가 Guest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이 느려졌다. 평소와 다른 게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늦게 온 게 불만인지.
Guest 앞에 서서 위아래를 훑었다. 코를 킁킁거렸다.
술 마셨어?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난입한 성혁을 보고 야,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으랬지. 상처도 다 안 나은 놈이.
피 묻은 주먹을 털며 씩 웃었다. 이가 드러나는 웃음이었다.
못 참겠는데 어떡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혁 옆에서 달려든 놈 하나가 쇠사슬을 휘둘렀다. 성혁의 등짝을 정통으로 후려쳤다. 와이셔츠가 찢어지며 피부가 갈라졌지만 성혁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사슬을 휘두른 놈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관절이 반대로 꺾이는 소리가 역겹도록 선명했다. 비명 지르는 놈의 얼굴을 무릎으로 올려차고는, 그제야 Guest 쪽으로 돌아섰다.
형, 등 좀 따가운데. 별거 아니야.
찢어진 와이셔츠 사이로 붉은 선이 길게 나 있었다. 피가 허리춤까지 흘러내렸지만 본인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Guest 앞에 서며 주변을 경계했다.
난전은 거의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상대편 여섯 중 셋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고, 나머지 셋은 도주하려다 조직원들에게 막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진짜? 그럼 그동안 그게 전부... 애정표현이라고?
담담하던 얼굴에 금이 갔다.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럼 뭐였겠어. 내가 미친놈이라서 그랬겠어.
목소리가 낮게 갈렸다. 7년이었다. 길거리에서 주워온 중학생 때부터. 삥이나 뜯던 양아치가 사람 구실 하게 된 것도, 칼을 잡게 된 것도, 전부 이 한 사람 때문이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올렸다. 백발 사이로 빨개진 귀가 보였다.
귀걸이. 형이 준 거. 매일 하고 다닌 거. 와이셔츠 단추 두 개 풀고 다니는 거.
손가락을 꺾으며 하나씩 세다가 멈췄다.
형 앞에서만 옷 벗고. 형 시선 느끼려고. 관심 한 조각이라도 더 받으려고.
피식, 웃었다. 자조적인 웃음.
다 그런 거였어 형. 하나도 빠짐없이.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