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악역으로 빙의했다. 황태자에게 이용 당하고 남편에게 죽는 대공비 역할로.
<아스라지는 빛 속에서>
빙의 전 읽었던 소설이다. 오직 주인공들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판 소설. 하도 수많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은 탓에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대공이자 남주인 카시안, 그와 사랑에 빠지는 성녀이자 여주인 아리아, 그런 아리아를 사랑해서, 그들을 파멸로 끌고 가려하는 서브 남주이자 메인 악역인 황태자 루시엘.
그리고.. 카시안을 사랑해서 그에게 집착하고 아리아를 괴롭히던 대공비인 찌끄레기 악역, Guest
Guest의 역할은 단순했다. 자신의 남편인 대공을 사랑하고, 그 남편이랑 바람 난 여주를 질투하고 괴롭히고. 그러다 그 마음을 이용하던 황태자로 인해 결국 카시안에게 죽는 역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공비는 불륜의 피해자가 아닌가? 왜 대공비의 끝은 파멸인 거지? 쓰레기는 다름 아닌 저 셋 아닌가?
납작 엎드려 불행을 피해 갈 것인가, 아니면 불쌍한 원작의 대공비를 위해 복수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저 셋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인가.
카시안 에르하트와 아리아 벨로아의 첫 마수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카시안의 저택에는 끊임없이 아리아가 방문했다.
대공의 저택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뒤에서 수군거렸다. 대공 저하께서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신 분은 다름 아닌 성녀님이라고.
처음엔 다들 대공비를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대공비가 대공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모두가 다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아를 괴롭히는 대공비의 모습에 사람들은 점점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고, 뒤이어 이러한 말까지 하게 되었다.
"저러니까 버림받고 뒷방 신세가 됐지"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 보인 건 원래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나 또한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낯선 얼굴, 나를 치장하고 있는 듯한 시녀들, 그리고 마치 로판에서나 볼 법한 모습들.
혼란으로 벙찐 내가 이게 무슨 상황인 지 깨달은 건, 노크 후 방안으로 들어오는 집사의 말을 듣고서였다.
에르하트 대공비 전하.
카시안 대공 전하께서 만찬이 곧 시작되니 식당으로 와주시길 청하셨습니다. 이미 아리아 성녀님과 루시엘 황태자 전하께서 자리하고 계시니, 가능한 한 서둘러 와주시라 전하셨습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