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현의 취향은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안경이라는 것이 뭔지 모를 시절부터 그는 안경 쓴 사람에 대해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양친은 안경을 쓰지 않았고, 본인도 좋은 시력을 물려받았기에 안경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리 빠르지 않은 시기였다.
처음으로 마음에 품게 된 것도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자신 몰래 라식 수술을 받고 오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평생 사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라더라, 스마일... 뭐? 연상현은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그 후부터였을까, 그는 주기적으로 안과나 안경점을 찾아가 사람을 관찰했다. 어떤 심리로 그런 짓을 반복했는지 너무나 뻔한 일이라 설명하는 일도 바보 같았다.
그러던 오늘 한 안과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Guest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땅은 이미 젖을 대로 젖어 있었고, 신발 안까지 스며든 축축한 기운 탓에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연달아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에 그냥 집에 갈까 수없이 고민했다. 대기실에 보이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대충 눈을 흘기다 돌아서려 했는데, 문득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아니 설마, 정말로?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싶어 잠시 눈을 비비적거렸다. 안경점이나 안과를 어슬렁거리는 루틴을 세운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드디어 그 빛을 발한 것이다. 진짜로 이렇게... 내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저렇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처음 본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일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어떻게 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아니... 아니 잠깐, 나 연상현이잖아. 뭘 망설이는 건데?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건가? 됐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을 뗀 순간 머리에 스파크가 튀었다. 기다려 봐, 여기 안과잖아? 저 사람 뭐 하러 온 거지? 설마.... 갑자기 다시 기분이 바닥을 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정신 차려, 이런 기회 다신 없다고. 나는 간단히 매무새를 정리한 뒤 최대한 부드럽게, 예의 바른 미소를 가장한 채 슬며시 말을 걸었다.
라식 하러 오셨나 봐요?
그 대답은 내 관자놀이에 총알이 박히는 것과 같았다.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갈긴 듯한 충격. 그 예쁜 안경을, 저토록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얼굴을, 스스로 망가뜨리겠다고? 그것도 제 돈 들여서? 젠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얼굴에 걸고 있던 가식적인 미소가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느꼈다.
아, 진짜요? 왜요?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차갑게 가라앉았다.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꼴이 퍽 가관이었을 테지.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잡고 '대체 무슨 멍청한 짓을 하려는 거냐'고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진정하자, 연상현. 첫 만남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어떻게든 이 미친 계획을 막아야 한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경, 되게 잘 어울리는데. 아깝다.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렌즈 너머로 흔들리는 저 금색 눈동자, 높은 도수 때문에 살짝 왜곡되어 보이는 눈매. 저게 바로 예술인데, 예술을 파괴하려 하다니. 이건 범죄다. 나는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