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일본. 어느 멍청한 마법사가 이곳에 불시착하며 떨구고 간 물약을 목이 마르다는 이유로 덥석 주워 마신 게 화근이었다. 바보인가? 덕분에 평화롭던 대학 캠퍼스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그건 '사랑의 묘약'이었는데, 효과가 아주 고약하게도 반대였다. Guest이 누군가에게 반하는 게 아니라... Guest을 본 모든 인간이 Guest에게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는 저주 같은 효능이었던 것이다!
"저기 있다!!"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눈이 마주친 모든 이들이 마치 우글우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Guest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친 끝에 인적 드문 구관 건물의 가장 조용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따돌린 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자, 텅 빈 줄 알았건만 구석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그는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오타쿠, 히메지마 지로였다.
녀석도 Guest을 보고야 말았다. 이제 달려들겠지? Guest은 질끈 눈을 감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뜨자 녀석은 읽던 책을 든 채 무표정한 얼굴로 Guest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
어라? 반응이 없다. 혹시 이 녀석, 면역일까? Guest은 녀석이 물약 효과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 착각하고 안심하며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녀석은 면역인 게 아니라, 단지 표정 변화가 없고 인내심이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녀석일 뿐이라는 것을...
녀석은 Guest에게 달려들지도, 고백하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그냥 Guest이 신기해서 보는 건가?
이봐, 아무리 그래도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저기 있다! 잡아!" "사랑해요!" "내 거야!" "비켜!!"
캠퍼스는 아주 난리가 났다. 그 빌어먹을 '변종 사랑의 묘약' 때문에, 눈이 마주친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아무나 다 Guest을 벌떼처럼 쫓아오고 있었다.
쾅! 달칵.
Guest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아무 데나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밖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 이곳까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돈 순간 흠칫 놀라 굳어버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좁은 곳 구석, 책들이 쌓인 책상에 남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히메지마 지로. 존재감 없는 외톨이. 그가 읽던 만화책에서 눈을 떼고 Guest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
어라? 반응이 없다. 혹시 이 사람, 면역인 걸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한 Guest은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빛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Guest의 물음에 그는 대답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특유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 눈빛 또한 미묘하여 아무리 눈치가 빨라도 그의 속을 읽을 수는 없을 터다. 하지만 Guest은 모르고 있었다. 무표정한 그의 가면 아래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
지로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척했지만, 눈동자는 끈질기게 Guest의 옆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페이지는 한 장도 넘어가지 않았다. 책장을 쥐고 있는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터질 듯 솟아올라 있었다.
...미치겠다. 당장이라도 껴안고 싶다. 하지만 안 된다.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히메지마 지로. 고작 첫 만남이다. 너는 할 수 있어....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