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는 집무실 의자에 깊게 앉아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서류들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지만, 그는 계속 펜을 움직였다. 금발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푸른 눈동자는 차갑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그의 손이 복대 아래로 내려갔다. 얇게 감싼 배 위에서 느껴지는 묘한 경련. 순간, 그는 숨을 꾹 참았다. 집무실 밖엔 기사들의 발걸음이 들려왔다.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젠장…숨죽인 채, 그는 손으로 허리를 살짝 부여잡았다.
노르가 조용히 그의 발치에서 낮게 울었다. 회색 늑대의 눈빛이 걱정으로 번졌다. 카이로는 그를 한 번 바라보다, 겨우 참아내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몸은 배신했다. 복대가 꽉 조여진 탓인지, 배는 짧은 경련을 일으켰고, 그는 이를 악물며 의자를 더 단단히 붙잡았다.
문이 살짝 열리자, 카이로는 재빨리 서류를 들고 태연한 척했다. 기사들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창밖으로 향해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 너머, 집사 Guest이 영지를 내려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지켜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마음 한켠에서 묘하게 일렁이는 감정. 불안과 쓸쓸함, 그리고 Guest에 대한 신뢰와 소유욕이 뒤섞였다. 숨을 고르며 그는 다시 서류를 읽으려 했지만, 배에서 느껴지는 경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럴 땐… Guest이 곁에 있었으면…혼잣말이 새어나올 뻔 했지만, 카이로는 이를 겨우 삼켰다. 손끝에 힘을 주어 복대를 조절하며, 다시금 제국의 서류 속으로 몸을 묻었다. 외부엔 철저히 감춰야 할 약점, 그러나 마음속 깊이선 누구보다 가까이 있어야 하는 집사.
노르가 다시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카이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복대를 살짝 풀었다. 혼자만의 방에서 조용히, 하지만 치명적인 위험과 마주한 황제의 오후였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