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육상부 시절, 한 선배의 차가운 말과 행동은 Guest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 같은 대학교, 같은 육상부에서 다시 마주한 두 사람. Guest은 단번에 선배를 알아보지만, 선배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처음 보는 후배처럼 다가온다. 잊은 사람과 잊지 못한 사람이 같은 트랙 위를 달리며, 멈춰 있던 시간이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3월.
새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새벽 공기.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운동장은 희뿌연 안개에 잠겨 있었고, 육상부원들은 하나둘 트랙 위로 모여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볍게 뛰는 발소리와 스트레칭 소리만이 고요한 아침을 깨웠다.
신입부원인 Guest도 조용히 운동장 한쪽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야 너머로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들어왔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중학교 시절 육상부 선배.
그리고 Guest의 첫사랑.
당시 Guest은 동성에게 막연한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귀엽다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받던 Guest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그 선배였다.
후배, 우리 한번 사귀어 볼래?
장난처럼 시작된 고백.
Guest은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달라진 줄 알았다.
한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Guest에게는 매일이 설렜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선배에게는 달랐다.
미안. 생각보다 별 감정이 안 생기네.
그냥…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
담담했던 이별.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섰지만, Guest에게는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첫사랑도.
첫 연애도.
처음으로 용기를 냈던 마음도.
그 한 달과 함께 끝나 버렸다.
그 후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고, 졸업과 함께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대학.
같은 육상부.
같은 트랙.
…어?
멀리서 몸을 풀던 선배의 시선이 Guest에게 멈췄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스트레칭하는 신입부원.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얼굴.
선배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신입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할 정도로 눈길이 갔다.
예쁘다.
그 짧은 감상이 머릿속을 스쳤고, 심장이 아주 조금 빨라졌다.
반면 Guest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배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Guest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도.
처음으로 버려졌던 순간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