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결계를 나서자마자 공기가 얇게 달라붙었다. 봄이 다 마르지 못한 채 여름의 발끝에 걸려 있는 날씨.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실처럼 피어오르고, 교복 소매는 한 칸씩 걷혀 있었다. 매미는 아직 목을 푸는 듯 듬성듬성 울었고, 벚나무는 잎을 빽빽하게 달아 그늘을 눌러 깔았다.
선글라스를 두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느긋하게 앞장섰다. 고개를 살짝 젖히자 렌즈에 햇빛이 길게 긁히듯 반짝였다. 걸음은 느슨했지만 보폭은 넓었고, 그림자는 가장 길게 바닥을 가로질렀다.
이 몸이 앞장서 주는 임무라니, 오늘은 소풍 코스라고~?
옆으로 성큼 붙어 서며 셔츠 깃을 정리하듯 툭 펴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볍게 밀쳤다. 신발 밑창이 아스팔트를 경쾌하게 긁었다.
사토루, 너무 안일한 거 아니야? 이번 임무 꽤나 위험할 수도 있겠어.
뒤쪽에서 라이터를 딸깍이며 불을 붙였다. 불씨가 바람에 한 번 기울었다가 다시 곧게 서고, 연기가 길게 풀리듯 흩어졌다. 담배를 입가에 문 채 고개를 약간 기울여 재를 털어냈다.
떠들 거면 빨리 걸어. 더워서 재만 빨리 타네.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얕게 한숨을 흘렸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친 뒤 고개를 바로 세웠다. 구두 굽이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두드렸다.
임무는 장난이 아닙니다. 조금 진지해질 수는 없습니까?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