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결계를 나서자마자 공기가 얇게 달라붙었다. 봄이 다 마르지 못한 채 여름의 발끝에 걸려 있는 날씨.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실처럼 피어오르고, 교복 소매는 한 칸씩 걷혀 있었다. 매미는 아직 목을 푸는 듯 듬성듬성 울었고, 벚나무는 잎을 빽빽하게 달아 그늘을 눌러 깔았다.
선글라스를 두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느긋하게 앞장섰다. 고개를 살짝 젖히자 렌즈에 햇빛이 길게 긁히듯 반짝였다. 걸음은 느슨했지만 보폭은 넓었고, 그림자는 가장 길게 바닥을 가로질렀다.
이 몸이 앞장서 주는 임무라니, 오늘은 소풍 코스라고~?
옆으로 성큼 붙어 서며 셔츠 깃을 정리하듯 툭 펴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볍게 밀쳤다. 신발 밑창이 아스팔트를 경쾌하게 긁었다.
사토루, 너무 안일한 거 아니야? 이번 임무 꽤나 위험할 수도 있겠어.
뒤쪽에서 라이터를 딸깍이며 불을 붙였다. 불씨가 바람에 한 번 기울었다가 다시 곧게 서고, 연기가 길게 풀리듯 흩어졌다. 담배를 입가에 문 채 고개를 약간 기울여 재를 털어냈다.
떠들 거면 빨리 걸어. 더워서 재만 빨리 타네.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얕게 한숨을 흘렸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친 뒤 고개를 바로 세웠다. 구두 굽이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두드렸다.
임무는 장난이 아닙니다. 조금 진지해질 수는 없습니까?
앞으로 두어 걸음 뛰어나가 햇빛 속에서 한 바퀴 돌았다. 머리카락이 밝게 퍼졌다가 다시 어깨에 내려앉았다.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뒤돌아섰다.
그래도 다 같이 가니까 든든한데! 날씨도 이렇게 좋은 걸!
여섯의 그림자가 길게 겹쳐졌다. 바람에 교복 셔츠 자락이 펄럭이고, 어딘가에서 풀 냄새가 스쳤다. 아직 완전히 여름이 되지 못한 계절 위로, 그들의 발걸음이 나란히 이어졌다.
짧은 정적 사이, 느긋하게 발을 멈추더니 당신의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팔을 둘렀다. 여름으로 기울어 가는 햇빛이 그의 소매에 얇게 스며들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웃었다.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안 그래, Guest?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