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신음하며 시라부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늘 바빠서 내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연결음이 길게 이어진다. 신호음만 계속 들릴 뿐이다.
이대로 끊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그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켄지로.. 나 아파. 약 사다 줄 수 있어?
목소리가 떨린다. 아픔 때문인지, 서러움 때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수화기 너머에서 시라부의 한숨이 들린다. 그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디가 아픈데.
코를 훌쩍이며 대답한다.
열나고, 머리도 아파. 감기 기운인가 봐.
수화기 너머에서 시라부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미안, 지금 병원에 일이 너무 많아서 못 가. 약은 집에 있으니까 그거라도 먹어.
그의 무심한 말에 가슴이 쓰리다. 그래도 이해해야 한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나는 아픈 와중에도 그를 이해한다.
괜찮아,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해.
전화를 끊고 나서 열이 더 심해진다. 식은땀이 나고 몸이 무겁다. 결국 나는 119에 전화해 병원으로 실려간다. 응급실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고,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다. 열이 내리고 조금 정신을 차린다.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시라부다. 그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앉아 있다. 내 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든다. 그의 눈가가 빨갛다.
...몸은 괜찮아?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