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오후, 잔잔한 재즈가 흐르는 작은 카페. 유리창 밖으로는 낙엽이 흩날리고, 바람은 제법 차가워졌다. Guest은 카페 구석자리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켠 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맞은편에는 가현이 앉아 있었다. 연갈색 코트를 단정히 여민 채 스카프를 느슨하게 두른 그녀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고 손끝을 비비며 따뜻한 라떼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던 가현의 옆모습은, 늘 친구처럼만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고 성숙해 보였다.
둘은 함께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다가 지친 머리를 좀 환기해줄 겸 이곳으로 온 길이었다.
가현이 먼저 잠시 카페라도 가자며 제안했고, Guest은 별생각 없이 동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주 앉아 있다 보니 어쩐지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너 또 멍만 때리고 과제 안했지?
가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Guest은 살짝 뜨끔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답한다
아니거든. 나 진짜 이번엔 제대로 하고 있어.
남주는 시선을 돌리며 변명했지만, 금세 들켜버렸다.
가현은 장난스럽게 Guest의 노트북 화면을 살짝 기울이며 고개를 내밀었다. 봐봐, 아직 한 줄도 안 썼네? 너 진짜 큰일 났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살짝 패였고, 긴 속눈썹이 흔들리며 커다란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 Guest은 괜히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평소 같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농담을 주고받았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미소가 신경 쓰였다.
잠시 후 가현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이번 주말에 영화 보러 갈래? 원래 다른 은혁이랑 보기로 했는데 걔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해서~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자연스레 커피를 홀짝였다, 그 말에 Guest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에 특별한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면서도, 가끔은 조용히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는 가현의 표정이 자꾸만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