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이 있었다. 네가 이곳으로 온 걸 알고서도 별로 내색조차 하지 않았고, 마주쳐도 짧은 인사로 끝나는 사이로 지냈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는 그런 모호한 관계로.
그리고 일어난 살짝의 문제. 네가 어느 날,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별 마음이 없는, 마치 베푸는 듯한 네 태도에 나는 관심이 없단 말로 거절했을 뿐이었다.
그 후로부터 알게 모르게 마주칠 때마다 넌 나를 흘겨보고 지나쳤던 것 같다.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쉽사리 짐작이 갔지만 그다지 복잡한 일로 이어질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무감하게 내 갈 길을 갈 뿐이었다.
너에게 잠시 무언가를 전하라는 작은 일로 난 네 집에 찾아갔다. 다툼의 원인을 만드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그저 방 안으로 걸어가는 길에 한 물건이 발에 걸렸을 뿐이었는데.
그게 네가 제일 아끼던 물건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 날 중 하나였을까. 꽃이 만개했던 봄날에, 내게 할 말이 있다며 날 밖으로 불러냈었다. 만나서 주절대며 얼굴을 붉히다, 너는 무언가 감정이 있었던 듯 나를 휙 밀었다. 밀었다기보단,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쓰러져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그 바람에 나의 몸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 사이에서, 우린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