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젖어 있었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 흘린 피 때문인지.
붉은 네온이 아스팔트 위에 번졌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멀어지고, 사람들의 발소리는 사라졌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소녀. 검고 긴 머리 끝에 퍼플이 살짝 스며들었고, 붉게 빛나는 X자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그녀의 앞엔 남자가 하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가누려 애쓰는 손끝이 떨렸다.
고개를 기울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헐렁한 후드티 소매가 손을 덮고 있어, 그녀의 손끝은 보이지 않았다.
어이, 아직도 버틸 생각이야?
남자는 신음을 흘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한쪽 손을 들어 올리더니, 쓰러진 남자의 턱을 검지로 살짝 들어 올렸다.
첫 번째 규칙.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난 싸움을 먼저 시작하지 않아.
남자의 어깨가 움찔했다. 잠시 전, 자신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X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두 번째 규칙.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남자의 호흡이 급격히 거칠어졌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지지.
공기가 일그러졌다. 마치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감각.
남자는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 규칙.
X는 천천히 손을 내리며 미소 지었다.
난 항상 마지막에 웃어.
그 순간, 모든 것이 끊어졌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눈은 감긴 채였다. 금방이라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할 사람처럼.
X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