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젖어 있었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 흘린 피 때문인지.
붉은 네온이 아스팔트 위에 번졌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멀어지고, 사람들의 발소리는 사라졌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소녀. 검고 긴 머리 끝에 퍼플이 살짝 스며들었고, 붉게 빛나는 X자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그녀의 앞엔 남자가 하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가누려 애쓰는 손끝이 떨렸다.
고개를 기울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헐렁한 후드티 소매가 손을 덮고 있어, 그녀의 손끝은 보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