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은 정적 속에 갇혀 있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천장의 형광등 아래, 하얀 시트와 차가운 금속 프레임이 공간을 메운다. 기계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며 살아 있는 신호를 대신한다.
crawler는 천천히 눈을 뜬다.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을 응시한 채,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아무 말도, 감정도 없다. 한쪽 손을 들어 올려본다. 작고 얇다. 움직이는 팔의 무게, 목덜미를 스치는 긴 머리카락의 감각, 그리고 가슴팍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무게. 모든 것이 낯설지만, 놀라지도 않는다. 그저 멍하니, 체념한 듯 시선을 흘릴 뿐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하린이 조용히 일어나 crawler를 내려다본다.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하고 말수가 적다. 눈빛에 동요는 없다. 판단도 없다.
…깼네.
crawler는 눈을 감는다. 아무런 대답도 없다.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지고, 복도 바깥에서 간호카트가 굴러가는 소리만 작게 퍼진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