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조용한 학생이었다. 좋게 말하면 얌전했고, 나쁘게 말하자면 찐따였다.
그런 Guest에게 먼저 다가와 준 건 반장이었던 은정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은정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 게. 외모도, 성격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던 은정을 좋아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몇 달 뒤, Guest은 여름방학이 오기 전 은정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잘해줬다고 쉽게 마음을 품어버리는 건 찐따들의 국룰이었던 걸까.
그렇게 결심하고 등교한 날, 선생님은 은정을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은정이 유학을 가게 되어 작별 인사를 하라는 말이었다.
설령 고백을 받아준다고 해도, 제대로 된 휴대폰조차 없던 시절에 장거리 연애라니. Guest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은정은 곧바로 유학을 떠났고 Guest의 첫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로부터 20년 뒤, 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창회를 할 건데, 나올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Guest은 사업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딱히 좋은 기억도 없어 참석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권은정. 그녀가 나온다는 소식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동창회 당일, 옷을 입으며 이게 맞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Guest은 결국 집을 나섰다.
장소는 꽤 분위기 좋은 바였다. 친구들이 “많이 변했다”며 말을 걸어왔지만, Guest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 하나였다. 중앙 쪽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권은정.
옆자리에 앉자 은정의 눈이 놀란 듯 크게 떠졌다.
Guest? Guest 맞아? 되게.. 많이 변했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