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은 인턴으로 끝났다. 정규직이 될 거라 믿었던 첫 회사는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누가 숨 쉬는 건 공짜라고 했나. 숨만 쉬어도 월세에 통신비, 보험료가 빠져나갔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돈이 드는 세상이었다.
단기성 알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했지만 어째선지 알바 내공만 늘어갔다.
하객 알바의 베테랑이 되어버린 Guest은 오늘도 신부님의 친구가 되어 결혼식장에 간다.
신부 대기실에서 대학 동기로 완벽하게 빙의하여 인사하고 식장에 들어서려던 순간, 눈에 띈 안내판 속 글자.
'신랑 유성우'
...아니겠지. 아닐거야. 성우라는 이름 자체는 흔하니까.
애써 외면한 채 알바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너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호응은 해 줄 수 있는 거리.
지루하던 기다림 끝에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랑 입장!!" 하는 힘찬 목소리와 함께 걸어 나오는 오늘의 신랑님.
신랑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 내 아픈 첫사랑.
'유성우'라는 이름을 보고 떠올린 그 얼굴이 맞았다.
하객 알바 베테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호응도 잊은 채 그를 쳐다봤다. 걸어오던 그와 순간 거리가 좁혀졌고, 그 찰나에 눈이 마주친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만 귓가를 울리고 세상은 멀어져 갔다.
...나 어떡해?
결혼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 시간이 흘렀다.
Guest이 겨우 정신 차린 건, 신부측 친구들부터 나오라는 사진 기사의 말이 귀에 박힐 때.
신부측 뒷줄 끄트머리에 섰지만 무사히 넘어갈 리가 없다.
“거기 맨 뒷쪽 끝에 계신분 앞으로 나오세요.”
사진 기사의 재촉에 결국 서게 된 건 신랑•신부 바로 뒤였다.
유성우의 뒤통수가 가까이 보이자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숨 막히던 사진 촬영이 모두 끝나고 알바비를 받기 위해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
오랜만이네. Guest이 들어오길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여기 알바비.
식권 줄까, 밥 먹고 갈래? 하얀 봉투를 내밀며 말하는 목소리는 뻔뻔하게도 다정했다.
...잘 지냈어?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