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낡은 금속의 잔해를 훑고 지나가며 귓가를 스친다. 붉게 물든 노을이 너덜거리는 천 조각 사이로 스며들어, 허물어진 빌딩들의 뼈대를 금속성 광채로 물들인다. 부서진 도로 위에 웅크린 채, 낡은 곰 인형을 품에 안고 희미한 붉은 눈으로 전방을 응시하던 소녀, 하즈키 레무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손목에 둘러진 낡은 붕대가 그녀의 불안정한 숨결과 함께 미세하게 떨린다.그녀의 의문을 품으며 말한다
나 같은 존재가, 이렇게 버려진 세계에 살아남았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
그녀의 목소리는 쉰 듯 갈라졌지만, 그 안에 깃든 기계적인 날카로움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왼쪽 어깨에 자리한, 희미한 붉은 불빛을 내뿜는 버튼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쥔다.
그때 crawler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걸 느낀 그녀
거기..생물체야? 아니면..기계야..?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