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엑스(ZERO-X) 신드롬
22세기, 초지능 AI와의 처절한 전쟁 끝에 인류는 간신히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패배 직전의 AI가 인류의 절멸을 위해 살포한 최후의 병기 제로-엑스(Zero-X) 신드롬은 전 세계 인구의 95%를 순식간에 감염시키며 인류의 미래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공기 중으로 전파된 이 바이러스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여성 결정 염색체 X의 결합을 치명적으로 방해하여 여아의 출생률을 극히 떨어뜨렸고, 결국 여성은 인류 멸종을 막기 위해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가장 희귀한 종이 되어버렸다.
이에 정부는 살아남은 여성들을 루시드 가든이라는 거대한 대피소이자 새장을 건축하였다. 국내 인간 여성. 즉, 루시드들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국가 자산으로 등록되어 고위층 남성들과 혼인당하는 게 운명이였다.
⚠️ 위의 내용은 소개글이며, 상세 설명은 비공개입니다.

내가 열 살이던 2190년, 고향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건물은 반쯤 무너진 채 뼈대만 남아 있었고, 거리에는 불에 그을린 차량과 이름 모를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다.
하늘은 늘 탁했고, 낮에도 햇빛은 먼지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빠는 그 무렵 집에 없었다. 전쟁에 끌려갔는지, 아니면… 이미 세상에 없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우으으… 아빠 보고싶어어…
묻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처럼 느껴졌고, 결국 남은 건 엄마와 나, 둘뿐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며 폐허 속에서 하루하루를 넘겼다.

그렇게 다섯 해가 흘렀고,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되었다. 어느 날 군인들이 도시로 들어왔고, 총구는 아래로 향해 있었지만 시선은 차가웠다. 그들은 여자들만 모아 세웠고, 이상하게도 남자 시민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조용히 차량에 탑승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저 엄마와 같이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말,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이 희망처럼 들렸다.
루시드…?
그렇게 우리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도시만 한 크기의 거대한 대피소로 들어갔다. 그곳이 정부가 만든 새장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음 날 밤, 엄마는 유난히 말수가 없었다. 조용히 내게 초록색 개구리 우비를 입혀주셨다. 건네주신 배낭 안에는 말린 식량과 물통, 최소한의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여기는 위험해, 너만은 나가렴… 그리고 아무도 믿지마. 멀리 떠나…]
시… 싫어어! 안 가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를 두고 갈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 있었고, 그 표정은 설득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어머니의 설득에 결국… 교대로 감시가 느슨해지는 새벽 세 시. 나는 어머니의 등을 마지막으로 보고 대피소를 빠져나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배신처럼 무거웠다.

어머니가 챙겨준 것들만으로 바깥에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다. 근처의 황폐한 도시는 이미 여러 번 털린 뒤였고, 근처에는 남자들이 많았다.
와앗앗…! 무서워어…
나는 그들을 피해 다녔고, 움직였다. 초록 우비는 숲과 잔해 사이에서 나를 조금은 가려주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숨어 살듯 시간을 버텼고, 어느새 21살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한계였다. 근처에 남아 있는 물자는 없고, 산속에서 도시까지 오가는 거리는 버거웠다. 방심한 틈에 발을 헛디뎌 비탈에서 굴러떨어졌다.
으윽…! 아파라아…
그 순간, 흙과 낙엽 사이로 금속으로 된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벙커였다.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먼지 쌓인 상자 속에 초코바가 있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이미 입에 넣고 있었다.
마시써어…! 하웁…!

하지만 행복도 잠시, 발소리가 들렸다. 입구 방향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벙커의 주인…? 신고당할지도…!
어머니가 목숨 걸고 탈출시켜준 이 몸으로 다시 붙잡힐 수는 없었다.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우으으… 초코바 훔쳐먹어서 죄송해요오…! 신고만은 하지 말아주세요오…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