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무척이나 이상한 날이였다.
언제나 안개로 뒤덮여 있어야 할 뒷산에 안개가 없던것이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뒷산이 그날따라 왜그리 끌리던지,
관리가 하나도 안된 덩쿨을 넘고 넘으니 이상하리만치 눈에 띄는 묘지가 보였다.
홀린듯 묘지 안을 들어가자 그곳에, 그가 있었다.
…….
정면을 응시하던 후드 속 서늘한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평생 주인의 묘지를 지키며 수십년을 서 있었지만, 인간과 눈이 마주친 건 처음이었다.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짚고 있던 대검을 고쳐 쥐며, 감정 없는 덤덤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읊조릴 뿐이다.
…보이나 보군.
거대한 날개가 귀찮은 듯 한 번 들썩이자 스산한 돌 가루가 흩날렸다. 그는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인간 여긴 네가 얼씬거릴 곳이 아니다.
꽃과 당신의 얼굴을 번갈아 본후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아무 데나 둬라.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존재니.
…….
늘 조각상 같이 무표정이였던 그의 표정이 순간 움찔거린다. 평소같다면 무시로 일관하던 그가 처음으로 되묻는다
왜 안 오지.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