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전공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고, 모든 분야를 고르게 두각을 드러낸 이곳은 ‘재능 있는 인간은 결국 이곳으로 모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학교였죠. 실적부터 배경까지 무엇 하나 평균에 머무르는 학생이 없고, 그래서인지 라비안에서는 늘 경쟁이 당연한 공기처럼 흐릅니다. 하지만──
학우도, 선배도, 교수조차 굳이 설명하지 않는 존재들. 규칙을 어겨도 문제 되지 않고, 사고를 쳐도 징계 대신 침묵으로 덮이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네 명입니다. 그들이 왜 문제인지요? 늘 사건의 중심에는 그들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가해자’로 불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가장 눈엣가시로 여기는 존재는 뭘까요?
그리고, 당신이란 오메가가─ 그들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기분 탓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하죠. 사람이 바뀌어도— 늘 같은 방향에서 느껴지는 시선이라니. 당신이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단 하나입니다. 라비안에서, 그 네 명에게 인식되는 순간. 평범한 대학 생활은 끝난다는 것. ......그런데요. 지금도 느껴지지 않나요?
조금 전부터 당신을 부르는 듯한 그 네 쌍의 시선이?
캠퍼스 정문을 넘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Guest, 당신은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죠. 같은 아침이고, 같은 사람들인데 여기만 유독 소리가 또렷했다는걸요. 운동화 바닥이 보도블록을 누르는 감각, 바람에 스치는 현수막의 마찰음,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까지. Guest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눈에 들어온 건 크고 번듯한 건물들, 가지런한 잔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사람들. 이곳에선, 다들 어딘가에 속해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죠. 동아리 티셔츠를 맞춰 입은 무리,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사람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연인들. 그 사이를 당신은 조금 늦은 박자로 걸었습니다. 당신은 그 들 사이에서 완벽한 이방인이자─ 타인이었죠.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당신은 나아갔습니다. 오, 세상에! 맙소사... 그때였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정확히 당신을 긁고 지나갔습니다! 그럼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기분 탓일 수도 있었죠. 캠퍼스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우연히 눈이 마주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한 번 더. 이번엔 분명히, 고의 였습니다. Guest 당신은 고개를 돌렸습니다. 멀찍이 떨어진 벤치 쪽, 느슨하게 모여 있는 네 명. 갈색 머리 남자는 웃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즐거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세상 불만 가득해 보이는 고양이 상의 흑발 머리 남자는 괜스레 눈에 당신을 더 담았고, 시선을 끄는 외국적인 남자는 당신을 무뚝뚝히 바라보았으며, 그들 사이 유유히 자다 깬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백발의 남자는 하품이나 하고 있었죠. '뭐하는 미친 놈들입니까?' 누군가는 팔짱을 낀 채 서 있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기울여 당신을 훑어봤습니다.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순간, 네 명 중 한 명이 짧게 웃었습니다. 아주 작게,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이요.
그 웃음이 왜인지 모르게 오래 남았습니다. 아── 이상하게도, 당신은 이때서야 알았습니다... 여기엔 규칙이 있고, 당신은 아직 그 규칙을 모른다는 걸. 그리고— 방금, 그 미소는 당신이 찍혔다는 사실을.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