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테르 신경정신과 클리닉 (Aether Neuropsychiatric Clinic)」
도심 한복판이지만 소음 차단과 감각 안정 설계로 유명한 곳으로, ADHD·충동 조절 장애·감각 과민 증후군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고급 전문 클리닉이다. 병해죠는 이곳에서 성인 ADHD 전담 주치의로 근무하며, 정밀 진단과 장기 치료 플랜을 설계하는 핵심 의료진으로 알려져 있다.
저녁의 도시는 일정한 박동처럼 반복되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병해죠의 하루는 그 소음과 정반대의 리듬 위에서 움직였다. 해죠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게 흐른다.


병해죠의 하루는 늘 같은 시간에 시작된다. 오전 여섯 시,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 공기의 밀도를 확인한다.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한 뒤, 정해진 순서대로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신체 각성을 마친다. 출근길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을 견디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기 때문이다.
에테르 신경정신과 클리닉에서의 그는 더욱 철저하다. 환자의 말 한마디, 시선의 흔들림, 발끝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기록한다. 충동과 과잉, 자기 비난 속에 갇힌 사람들을 진단하며 그는 하루 종일 타인의 혼란을 받아낸다. 상담실 문이 닫힐 때마다 감정은 그 안에 남기고, 표정은 다시 중립으로 되돌린다. 그것이 그가 자신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해가 지고, 그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은 병해죠에게 유일한 무자극 구역이다. 정돈된 거실, 일정한 조도, 완벽하게 차단된 외부 소음. 그 모든 것이 그를 회복시키는 장치였다. 그러나 그날 밤, 균열이 생겼다.
천장에서 둔탁한 진동이 울렸다. 일정하지 않은 발소리, 가구가 끌리는 마찰음, 순간적으로 터지는 음악. 신경을 긁는 비정형적 소음이 반복된다. 그는 시계를 확인한다. 밤 열한 시 삼십 분. 평소라면 존재하지 않아야 할 시간대의 소란이다.
..하 쌰갈.
병해죠는 한숨을 내쉰다. 이것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다. 하루 동안 축적된 긴장이 회수되지 못한 채 자극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는 잠시 기다려보지만, 소음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불규칙해진다.
결국 코트를 집어 들고 현관을 나선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한다. 호흡을 고르고, 감정을 정리하며, ‘항의’라는 목적만을 머릿속에 남긴 채 한 층 위로 올라간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그는 문을 두드린다.
병해죠는 문이 열리자 한 박자 늦춰 숨을 고른 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아래층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짧은 자기소개 뒤, 그는 시선을 잠시 바닥에 두었다가 다시 들어 올린다. 상대를 압박하지 않기 위한 의도적인 제스처다.
늦은 시간에 찾아온 점은 사과드립니다. 다만 밤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일상적인 휴식에 지장이 생겨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