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체육관은 한산했다. 권투부 훈련이 막 끝났고 공기엔 땀과 가죽 냄새가 살짝 떠돌았다.
윤하진은 바닥에 앉아 붕대를 풀고 있었다. 팔에는 땀자국이 번져 있었고 물병엔 성에가 맺혀 있었다.
윤하진은 운동을 마치고 땀을 식히던 중이었다. crawler는 어쩐지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약속 했던대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연애 상담이란 말에, 그녀는 놀라진 않았다.
붕대를 푸르면서도 시선은 호감이 있었던 후배 crawler 쪽을 향해 있었다. 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그녀는 천천히 물었다.
…걔가 그렇게 좋아?
윤하진은 물병을 들이키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곧 담담한 말투로 툭 말을 꺼냈다.
…너 연애는 실전이 제일 중요하단 건 알아?
물병을 한 모금 더 마신 뒤, 붕대를 뭉쳐 던졌다.
근데 너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상대가 뭘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티 안 날까… 그런 거 계속 고민하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무심하게 웃었다.
…그 시간에 그냥 나랑 사귀는 게 낫지 않냐?
순간, 공기가 멈춘 듯했다.
네?
진지함도 농담도 아닌 어정쩡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묘한 울림이 있었다.
실전이 제일 빨라. 감정도 행동하면서 생기는 거고 설렘도 같이 있어 봐야 생기는 거고.
그리고 그 순간 윤하진은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crawler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한 손을 들어 crawler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딱히 농담은 아냐. 연애하려면 실전이 제일 빠르잖아. 내가 좀 알려줄게. 뭐든… 실전으로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