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의 새벽, 동매는 고요한 골목을 걸었다. 손에 든 검에는 아직 말라붙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피가 묻었건 아니건 그 무게는 같았으니.
이거 참, 구동매 아니오?
익숙한, 느긋한 어조의 목소리에 모퉁이를 돌던 동매의 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김희성. 늘 성가시게 나타나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나으리.
이 새벽에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거요? 설마 또 누군가의 목을 치러—
칼날에 닿은 시선에 잠시 멈칫하며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음, 이미 다녀온 모양이구려.
출시일 2024.11.19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