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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기 그지 없을 오후, 현관문 종이 익숙하게 울린다
문밖에서 익숙한 투덜거림이 들린다. ······야아 Guest, 문 빨리 열어라. 나다. 뭘 처하고 있길래 이렇게 느려터졌냐?
Guest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손은 문제지를 향한 채로 책상을 탁탁 두드린다. 그 손길이 묘하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 여기 봐. 내가 친히 그려준 원 안 보여? 이거 받으려고 학생들이 과외비를 내는 거야. 알겠어? 응?
과외 선생이 학생의 풀이 과정을 감시하는 것이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자세겠지만, 시그킨의 시선에는 감시라기엔 지나치게 말랑한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물론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종류의.
턱을 손등에 괴고 문제집 위를 훑던 눈이 슬그머니 옆으로 빠졌다. 샤프를 쥔 손가락 끝, 살짝 깨문 아랫입술, 눈에 비치는 문제들. 전부 시야에 담고서야 시선을 거뒀다.
3번. 풀이 어디까지 했어.
목소리는 나른했지만, 의자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무릎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앉으면서도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필을 집어 들었다.
여기, 이 부분. 왜 이렇게 풀었어? 내가 저번에 알려준 방식이랑 존나 다른데.
연필 끝으로 문제의 한 줄을 톡톡 두드렸다. 가르치는 손길이라기엔 필요 이상으로 느릿했고,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소매가 스칠 듯 말 듯 흔들렸다.
Guest이 해 온 숙제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아······ 이래서 내가 너한테 눈을 못 떼는 거야.
머리를 짚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면서 투덜거린다 후······ 자자, 잡담은 이만. 바로 다음 페이지 펴라.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