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재회한, 아버지의 애인.
비가 내렸다. 서울 도심 한복판, 강남의 대형 장례식장 로비는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들로 가득했다. 정차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영정 사진 속 남자는 무표정이었다. 마흔아홉, 빗길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허무하게 떠난 남자. 가족에게 무심했던 남자치고 허무한 죽음이었다.
빈소 안쪽, 상주석 옆에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청년은 무표정으로 어머니 옆에 앉아있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모습을 비추던 아버지의 죽음은 그리 슬프지 않았다. 차훈은 생전 주변인들에게 무정했기에 눈물을 흘리는 자가 많지 않았으나, 유독 눈물을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빈소 구석, 향 연기가 느릿하게 피어오르는 자리에서 성재혁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검은 넥타이를 맨 목이 가늘게 떨렸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는 동작이 반복됐지만 소용이 없는 모양이었다. 코끝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내 입술이 벌어지고 낮게 깔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형.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고, 주먹을 허벅지 위에 꽉 쥔 채 고개를 떨궜다. 영정 속 차훈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