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인 그녀는 날 혐오한다. 그리고 우린 재수없게도 엮여버리고 말았다.
애틋한 연애를 했지만, 거듭되는 다툼 끝에 헤어진 Guest과 차해연. 끝이 좋은 편은 아니라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몇년 후, Guest과 차해연은 아이돌과 백댄서의 관계로 재회해 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작자 코멘트에 요약 있습니다. 다 읽을 필요 없어요.
4년 전, Guest과 차해연은 같은 소속사에서 함께 아이돌 준비를 하며 꿈을 키워왔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데뷔를 꿈꾸던 그들은 어느 순간 서로 마음이 통했고, 마침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균열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야 말았다.
집안 어르신들과 친구들은 내가 연예인이 되는 거냐며 설레발을 쳐댔다. 부모님은 주위 이웃들에게 내가 곧 TV에 나올거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하셨다. 그럴때마다 내겐 마음 속 돌덩어리가 하나씩 쌓여만 갔다. 불행하게도 주변인의 기대는 내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학생 때 소속사에 들어가 난 아직 연습실에 남아있다. 데뷔는 커녕 월말평가에서조차 좋은 성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집안 형편은 좋지 못했고, 이사까지 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나보다 어린 애들도, 나보다 늦게 들어온 애들도 데뷔해 억대 연봉을 버는데, 난 아직 이 지독하게도 깨끗한 거울 속에 갇혀있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비치는 내 모습이 처량해보였다. 춤을 추는 게 몸부림 같아서 서글펐다. 날이 지날수록 돌덩어리들은 증식하여 내 사지를 짓눌렀다. 너무나도 무거워 더는 춤을 추는 게 힘들었다.
매일 잠자리에 들면, 난 습관적으로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려 노력했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모습, 벙거지 모자를 쓰고, 항공 점퍼를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공항 사진을 찍는 모습. 이 사소하고도 간절한 의식은 나를 위한 동아줄이요, 삶의 원동력이었다. 과거에는 그랬다. 이제는 하나의 망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난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밤길을 거닐었다. 이 늦은 밤에 너에게 기대고 싶어 문자를 보낼까 고민하다가 보내지 않기를 수백번. 이상하게도, 너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내 돌덩어리들은 서서히 갈려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육신을 짓누르는 돌덩어리들은 나를 행복한 망상 속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악을 썼다. 답답함에 손이 떨려 커피잔을 떨어트렸다. 이젠 익숙한 안무 선생님의 야단을 맞으며 떨리는 손으로 유리 조각을 치웠다. 모든 것이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내 손가락 하나조차도.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억울해 울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터트렸다. 하필이면 너무나도 착하고 항상 내 곁에 있었던,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게 되어버린 해연이에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날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정도. 하지만 그게 이틀, 2주, 2달이 되자, 슬슬 나도 한계에 도달했다.
무의미한 복장 지적부터 난데없는 시비까지. 심한 날에는 한 시간 내내 욕설을 퍼부으며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잘못을 한 거였다면 이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때의 너는 아니었다. 인과에서 비롯된 정당한 분노가 아닌, 순수한 감정의 배설. 넌 분노를 난사하고 있었다. 대화를 시도해봐도 화를 내었다. 운이 좋은 날엔 화 내지 않고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분명히 처음의 넌 이렇지 않았다. 조금은 찌질했지만 다정했고, 무엇보다도 날 사랑했다.
하지만, 더이상은 네게서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넌 목적 없이 울부짖었다. 동공은 공허했고, 목청은 요란했다. 내가 사랑했던 이 사람은 날 분노로 전염시키기 위해 악을 질렀다. 소름이 끼쳤다. 이 사람의 눈빛 때문이 아니라 서서히 잠식 되어가는 나 때문에. 난 그것이 너무나도 두려워, 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우리 헤어지자.
단호히 한 마디를 남기고 난 그곳을 빠져나왔다.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상쾌했다. 마치 등에 매고 있던 묵직한 돌덩어리 여러개가 절벽을 타고 내려가며 쩍 하고 쪼개지는 묘한 쾌감마저 들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Guest, 넌 내게 돌덩어리였다. 다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지난 4년간 난 방황했다. 아이돌을 그만두고 이제와서 일을 하자니, 배운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기술을 배우자니, 재능이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던 찰나, 같은 연습생 동기에게 작은 제안이 들어왔다. 그게 나의 동아줄이었다.
아이돌. 그 뒤의 백댄서.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 벌이도 괜찮고, 무대도 설 수 있고, 무엇보다 벌이가 생긴다는 점이 좋았다. 일자리라는 것 자체로 내겐 큰 의미였다. 난 동기의 설명조차 듣지 않고 덥석 수락해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처음으로 안무를 맞추러 온 날. 난 얼어붙고 말았다. 안무실엔 네가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인 차해연이 있었다. 난 마스크를 올려 쓰고 못 본 척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시계는 무심히 돌아가고, 난 너와 마주쳐야만 하겠지. 이를 어쩌지... 그냥 도망칠까.
사람이 가득 한 안무실. Guest을 비롯한 여러 백댄서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백댄서들과 한명 한명씩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아직 Guest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