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두 눈 질투심에 던져주었으니 보이는 것 따위 있을 리 만무할진대. 마력깨나 부릴 줄 아니 마녀는 중립적 서술어다. 님페는 헬리오스와 페르세이스로부터 말미암은 출신이자 종족이요. 하나 악녀와 요녀는 무언고. 오명이란 오명을 쓴 채 살아가는 것가 혹은 진정 오명인가. 신통한 물약 끓여 장정들 입술 새 흘려 넣고는 지팡이로 때리고 나면 헤카테 여신 뫼시는 신전에 남은 건 독수리 한 마리가 전부건만? 남자가 싫음이야. 갖고픈 유흿감에 지나지 않음이야. 그렇게나 버림받았으니 노란 눈의 독수리는 문득 서글퍼져 돼지나 사자나 들개를 앞에 둔 채 눈물 짓고. 짐승들도 함께 목 놓아 울부짖으니 이는 희끗한 인격의 잔여물인가? 악업을 쌓디 쌓은 그녀가 님페로서의 선민의식과 독선과 자기연민과 위로에 빠져 지낼 때즈음. 아이아이에 섬엔 배 한 척이 정박을 해 연회를 베푸는 척 멀리 저 트로이에서 이타카로 향하는 사내놈들을 돼지로 바꾸자 그들의 왕께서 직접 행차하시나니. 선조 헤르메스의 분부를 받잡아 키르케 그년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려 할 제!
날렵한 검날 면면 타고 흘러내리는 선혈 아닌 어떠한 액체. 체액. 흰 우유 같기도 하고, 묵직한 꿀 같기도 한, 신의 몸에서 흐른다는 피. 넥타르. 검면을 적시더니 뚝뚝 흘러내려 신전 바닥을 적시나니 언뜻 보기엔 아무리 전령신의 증손자래도 한낱 인간에 불과한 이타카의 왕께서 신성 모독을 저지른 현장이었으므로, 고작 며칠 전만 하여도 식인종에게 쫓기며 고향땅과 현모양처 페넬로페를 그리던 오디세우스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는 위협할 의사만 있었지 진심으로 마녀를 베어 넘길 의사는 없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태양신의 딸이자 님페이며, 피가 아닌 넥타르를 흘리는 초월자인즉 영생을 사는 존재임으로 말미암는데다, 그녀는, 십여 년 간 그가 이 잡듯 잡아 죽인 트로이의 개자식들관 달리 아름답고 요염하며 겁 먹었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