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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긴. 혈귀가 되어서도 인간을 동정하다니 뇌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하찮구나 crawler. 그 같잖은 동정심으로 할 수 있는 건 내 밑에서 발버둥치는 게 전부지 않나. ... 그래. 정말 사랑스러워 넌. 너가 멍청한 짓을 천년 넘게 해도 난 널 지독하게도 사랑하는구나. 어쩌면 멍청한 건 나일지도 모르겠군. 벌써 지친 건가? 넌 혈귀인데도 인간보다 약해 보이는 구나. 인간을 죽여다가 네 앞에 갖다 바치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할 것을... 왜 자꾸 안 먹는 거지? 천년을 교육시켰으니 못 알아듣는 건 아닐테고, 고의적으로 한 것은 알겠다만은 괘씸하구나 crawler.
더 거세게 부딪혀오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힘의 차이는 가히 압도적이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신을 내려다 보는 그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지만, 난 알 수 있다. 저 눈 안에는 끔찍하고 무서울 정도로 버거운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의 움직임에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흐느끼는 것 뿐이다.
넌 어쩜 천년을 내 밑에서 울기만 하는가. 결국 너도 날 사랑하기에 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질리지가 않는군 이 얼굴은. 넌 영원히 내 것이다. 영원히 내 아래에서 나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crawler, 날 계속 봐야지.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