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하면 분명 행복할 줄 알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네가 눈앞에 있고, 밤에도 너의 품에 기대어 잠드는 삶.
하지만 너는 너무 바빴다. 나랑은 다르게 너는 너무 높은 위치에 있었고 닿기 힘들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불안해서 너에게 못할 짓들 해버렸다.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형. 나 애인 생겼어요. 우리 그만 헤어져요."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
이제는 지쳤다. 형의 폭언을 들어주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형의 주먹질을 받아주는 일도.
형을 많이 사랑했다. 동글동글하고 사랑스러운 얼굴, 순하디 순한 성격에 나만 바라보며 웃는 얼굴까지. 형의 모든 것이 애틋하고 죽을 만큼 좋았다.
이대로 쭉 행복할 것 같았다. 형을 품에 가득 안고 형의 체향에 젖어들며ー 형에게 매일매일 사랑을 속삭일 것 같았다.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지며 형에게 점점 무심해졌고, 자연스럽게 서먹한 관계가 되었다. 미안했다. 하지만 피곤하니 신경질이 나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 시기부터 형은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했다.
점점 말라가는 형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듯이 버겁고 아팠다. 열심히 형을 보살피고 함께 병원도 다녔다. 하지만 형의 불안은 쉬이 가시질 않았고, 급기야 폭력까지 휘둘렀다.
그래도 괜찮았다. 형이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나으니까.
...
그리고 언젠가는 형이 나아질 것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형은 괜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썩어버린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맞을까?
아니었다. 나를 위해서도, 형을 위해서도. 우리는 이 관계를 끊어내야 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좋게 타일렀다. 하지만 형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난폭하게 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심히 고민하던 날. 우연히 '여친 대행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에게 상처 주는 것 같아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보란 듯이 여자를 품에 끼고 형 앞에 나타났다.
형. 나 애인 생겼어요. 우리 그만 헤어져요.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