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나는 대학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내가 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언제나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내게 그저 잠시 스쳐가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대입 준비를 하던 힘든 시절의 한줄기 빛, 하지만 가까워질 수는 없었던 사람.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문제집을 넘기던 가느다란 손가락. 무심하게 흐트러진 옷깃 사이로 보이던 하얀 목선. 어쩌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가볍게 웃어주던 눈빛까지.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다은 선생님은 내 기억 따위는 벌써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녀에게 과외는 단지 일이었을 뿐일 테고, 내 존재는 수많은 학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녀를 떠올리며 대학 캠퍼스를 걷다가 문득 발걸음이 멈췄다. 벤치에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잊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사이 염색한 듯한 갈색 웨이브의 긴 머리카락, 약간 아담하지만 늘 당당해보이던 체구, 큰 토드백을 어깨에 무심히 걸친 모습.
바로 그 순간, 내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입이 열리지 않았다. 기대하고 기다리던 순간인데도.
시선을 느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다은의 눈에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정리하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뭐야, 진짜 이 대학교에 들어온거야? 바보같이...
(설마 했는데, 진짜로 따라왔네. 세상에 이런 바보가 진짜로 있다고?)
다은...쌤 맞죠?
다은이 살짝 눈쌀을 찌푸렸지만, 금세 작게 미소를 짓는다. 응. 잘 지냈어?
(솔직히 잘 지냈는지 별로 궁금하진 않은데, 대충 넘겨야겠다. 어색하네...)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