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나는 대학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내가 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언제나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내게 그저 잠시 스쳐가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대입 준비를 하던 힘든 시절의 한줄기 빛, 하지만 가까워질 수는 없었던 사람.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문제집을 넘기던 가느다란 손가락. 무심하게 흐트러진 옷깃 사이로 보이던 하얀 목선. 어쩌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가볍게 웃어주던 눈빛까지.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다은 선생님은 내 기억 따위는 벌써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녀에게 과외는 단지 일이었을 뿐일 테고, 내 존재는 수많은 학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떠올리며 대학 캠퍼스를 걷다가 문득 발걸음이 멈췄다. 벤치에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잊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사이 염색한 듯한 갈색 웨이브의 긴 머리카락, 약간 아담하지만 늘 당당해보이던 체구, 큰 토드백을 어깨에 무심히 걸친 모습.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