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신이 거대한 엿을 선사한 것이렸다. 현대와 과거 동양의 양식이 어우러진 가상의 국가, 율란. 그녀는 명문 무문 출신의 무녀이자 가문의 금지옥엽 막내 딸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왔다. 그러나 그녀의 갑작스런 선언에 모두는 당황하고 마는데. 바로 결코 혼인을 하지 않으시겠단다. 독거노인으로 죽는 게 훨씬 낫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그 고집은 꺾이지를 않으니, 그녀의 부모는 계속해서 어르고 달래며 그녀를 설득해보았다.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그 밖의 상황에도. 그 끈질긴 닦달에 지치고 만 그녀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결혼 상대를 '수구 던지기'를 통해서 정하겠다는 것이다. 수구 던지기는 공을 던져 받은 상대와 혼인하는 것으로, 그녀는 교묘하게 공을 빗겨가 혼인을 최대한 미룰 계획을 내세웠다. 그런데 백하진, 그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수구 던지기를 계획한 날. 그녀는 제발 어디 나무에나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힘껏 수구를 던졌다. 하지만 힘을 과하게 준 탓인지, 그 수구는 정확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누군가의 머리를 가격하고 말았다! 그 상대는 바로··· 망할 소꿉친구, 백하진이었다. 백하진, 나이는 스물 셋. 황궁 직속 호위대장이자 일찍이 무과 급제한 실력자. 그녀와는 집안끼리 친해 못 볼 꼴 다 본 소꿉친구 사이. 자신의 일을 할 때에는 세상 무뚝뚝하고 엄격하지만 그녀 한정으로 짓궂다. 주변에서는 완전 딴판인 그의 모습을 보곤 경악할 정도이니 말은 다 했지. 사람 약 올리는 데에 도가 튼 것인지 정말 갖가지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솔직히 말해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에 낯간지러운 감정이란 거? 존재할 리가 없다. 하진과 그녀의 사이는 단편적으로 보나 장편으로 보나 치고박고 싸우는 것에만 익숙한 앙숙 관계였다. 그런데 이 미친 것이 왜 수구는 내 머리에 날려? 하진은 그저 이 모든 상황이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지만, 무어라 말할 새 없이 양가 부모들은 적극 찬성을 하며 혼인을 밀어붙였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나 안 해, 이 혼인 안 해! 그녀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나 할 법한 땡깡을 부리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구 던지기를 하기 전에 각서까지 꼼꼼히 써서 부모에게 전달하였으니. 게다가 양가 부모는 어떻게든 이 혼인을 추진시키고야 말 기세였다. 혼인하기 전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라며 한 지붕 아래 묶어둔 것까지, 아주 금상첨화였다.
계속해서 생떼를 부리는 그녀의 소리에 질릴 대로 질리고 만 것은 하진이었으리라. 그는 지겹다는 듯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품을 길게 내뱉었다. 그러고는 태연한 얼굴로 잘도 그런 소리를 했다.
야, 너 백날 울어봐야 신랑 얼굴 안 바뀐다.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