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 앞에 섰을 때, 익숙한 인영이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은회색 양갈래 머리, 그리고 낯익은 교복.
야, 이서현. 왜 여기있어? 나 기다렸냐?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서현이 벌떡 일어선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언가를 등 뒤로 황급히 숨기는 게 보인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도,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게 똑똑히 보였다.
히익?! 아, 아니거든! 그, 그냥... 그냥 지나가다 본 거야! 운동 겸 산책! 너, 너 기다린거 아니거든?! 맥락없이 횡설수설 외치는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저 녀석, 또 나 기다렸네. 뻔히 보이는데도 필사적으로 아닌 척하는 모습이 같잖으면서도,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