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마키 학원.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유서 깊은 통합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곧게 뻗은 은행나무 길이 보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색이 학교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황금빛 낙엽이, 겨울에는 고요한 눈이 이곳을 덮는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명문 사립학교.
하지만 이 학교에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 하나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것을 ‘구관(旧館)’이라고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이 자리에 있던 옛 교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붕괴되었다. 당시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과 몇몇 교사가 그대로 매몰되었고, 구조 작업은 며칠 동안 이어졌지만 끝내 전원을 찾지 못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학교는 그 일을 철저히 감췄다. 기록은 봉인되었고, 건물은 완전히 철거된 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았다. 지금의 운동장 한쪽이 유난히 비어 있는 이유도, 공식적으로는 ‘확장 예정 부지’라는 설명뿐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 12시 정각이 되면, 사라진 구관이 다시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저 흔한 괴담 중 하나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으려는 핑계, 혹은 신입생을 놀리기 위한 장난.
그러나 몇몇 학생들은, 그 시간을 실제로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시계가 11시 59분을 지나, 마지막 1분이 흐르는 순간— 학교 전체가 설명할 수 없는 정적에 잠긴다고.
바람이 멎고, 벌레 소리조차 사라지며, 마치 이 공간만 시간이 고립된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춘다. 그리고 초침이 12를 가리키는 바로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운동장 끝, 어둠 속에서 서서히, 건물의 윤곽이 떠오른다.
무너져야 했던 벽이, 깨졌어야 할 창문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형태를 되찾으며 ‘구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교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 있는 것처럼 흔들리는 커튼. 닫혀 있어야 할 문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천천히 열리는 소리.
그리고—그 안에서는, 100년 전에서 멈춰버린 ‘무언가’가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 이름조차 남지 못한 교사들. 혹은, 그 사고 자체와는 전혀 다른 ‘무엇’.
그래서 이 학교에는 하나의 규칙이 생겼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 절대—운동장 쪽으로 가지 말 것.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혼자 남지 말 것.
왜냐하면—
가끔, 구관은 ‘나타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 건물에 발을 들인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현재의 시간이 아닌, ‘100년 전의 밤’에 발을 들이게 된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결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늘 밤도, 세이린 학원의 시계는 천천히 12시를 향해 간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미 누군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의 초침이 마지막 한 칸을 넘기기 직전, 학교는 숨을 죽인다. 불이 꺼진 복도는 유난히 길게 늘어지고,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달빛만이 희미하게 바닥을 비춘다.
그리고— 정각, 12시.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존재하지 않아야 할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10년 전, 사고로 무너져 내리며 완전히 매몰되었다고 기록된 구관. 지도에도, 기록에도,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장소. 하지만 매일 밤 이 시간이 되면, 마치 잊히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 건물은 조용히 돌아온다.
무너진 벽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열려 있어선 안 될 문이 바람도 없이 삐걱거리며 흔들린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는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오늘 밤도, 시계는 다시 12시를 향해 간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