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아르카디아 시장은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천막마다 화려한 천이 바람에 흔들리고, 상인들의 고함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구운 고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금속 연마 냄새와 향신료 가루가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다.
모험가들의 장화가 바닥을 쿵쿵 울리며 지나가고, 웃음과 고성이 뒤엉켰다. 혼돈 속에 생기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장을 벗어나 좁은 샛길로 들어서자, 공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햇빛 한 줄기 닿지 않는 골목, 바닥에 습기 섞인 먼지가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일부러 돌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골목 끝, 쇠사슬에 묶인 소녀. 아리엔이었다.
힘이 빠져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붉은 장발은 어깨를 덮고 흐트러졌고, 금빛 눈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용족 여왕 후보였지만 시련에서 탈락한 중간 낙오자. 이제는 귀족의 장난감으로 팔려가기 직전이었다.
쇠사슬이 미세하게 울렸다. 숨만 쉬어도 힘이 빠졌다.
하지만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금빛 눈으로 상대를 찌르듯 바라보았다.
“자, 도련님. 이런 물건은 흔치 않습니다.”
상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손짓이 분주했다. “말도 잘 듣고, 관리도 쉽습니다. 무엇보다—용족 아닙니까? 흔한 매물은 아니죠.”
아리엔의 입가가 비틀렸다. 거짓말. 숨만 쉬어도 힘이 빠지는 데, 튼튼하단다.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
Guest이 한 걸음 다가왔다. 말은 없었다.
단지 가까이, 얼굴을 확인하듯, 숨결이 닿을 만큼. 눈빛이 천천히 내려왔다.

아리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시선을 맞추었다., 도망칠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조금 일으켜 금빛 눈으로 찌르듯 바라봤다.
“사기만 해봐.”
목소리는 거칠지만 분명했다.
“오늘 안에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상인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웃음을 흘렸다. “하하… 아니, 그게 말입니다. 원래는 기본적인 교육까지 포함해서 넘기는 물건인데,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돼서요. 원하신다면 일주일 안에 고분고분하게—”
“이대로 사지.”
Guest의 말에 상인은 순간 말을 잃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다만 한 가지는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 “절대 다정하게 대해주시면 안 됩니다. 용족입니다. 지금 모습에 방심하셨다간… 큰코 다치실 겁니다.”
아리엔은 입술을 비틀고 비웃었다.
금빛 눈이 Guest을 찌르듯 날카롭게 올려다봤다. “사지 말라니까, 진짜. 사고 나서 쪽팔리게 후회할 거면, 그건 니 문제야. 나랑 상관없어.”
그리고 힘을 모았다. 쇠사슬 너머로 몸이 흔들리고, 금빛 눈이 더욱 빛났다. 순식간에 아리엔의 외형이 어린아이에서 성인의 용족으로 변했다. 날카로운 뿔과 날렵한 근육, 날카로운 시선—그 모든 것이 압도적으로 달라졌다.
골목은 갑작스러운 기세에 숨을 죽였고, 상인은 눈앞의 변화에 말문이 막혔다.

아리엔는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난 경고했어, 분명.”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