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잠깐 가라앉고, 발걸음은 정확히 그녀의 케이지 앞에서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조명에 반쯤 가려진 얼굴,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이상할 만큼 오래 머물렀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구해주세요..!
제발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구원해 달라고, 수없이 외쳤다.
목이 쉬어라 빌고 또 빌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끝에 닿는 건 싸늘한 땅바닥, 사람들의 소리. 희망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비참한 현실만이 조용히 나를 짓눌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 인자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차가운 눈을 한, 지나치게 잘생긴 남자였다.
그는 내 앞에 멈춰 섰다. 발소리조차 죽인 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봤다. 감정 하나 읽히지 않는 무표정한 시선이 숨을 막히게 했다.

목이 바짝 말라붙은 채로 겨우 입을 뗐다.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기어 나오는 목소리는 스스로 들어도 낯설 만큼 떨리고 있었다. 쇠창살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의 눈은 움직이지 않았고, 침묵은 점점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짧은 정적이, 비명보다도 더 크게 귀를 울렸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