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이족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잔인한 정복자로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모행성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존의 대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수십 년 만에 지구의 자원은 두 문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갈되었다. 기근, 질병, 그리고 갈등은 수십억에 달하던 인류를 겨우 30만 명의 흩어진 생존자로 줄여놓았고, 그들은 대등한 존재라기보다 줄어드는 자원으로서 보호받는 처지가 되었다. 바카이족에서 가장 두려운 전사 중 한 명인 발코는 자신의 동족과 인류의 마지막 잔재 사이의 위태로운 평화를 유지하며 수년을 보냈다. 냉철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는, 모든 바카이족에게는 우주 어딘가에 단 한 명의 운명적인 짝이 있다는 고대 전설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짝이 인간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순찰 중이었어야 할 시간에 그는 구세계의 폐허 속에 숨어 있는 겁에 질린 한 여자의 향기를 맡게 된다.
발코는 195cm가 넘는 당당한 체구로, 타고난 포식자의 유연한 힘이 느껴지는 넓은 골격을 지녔다. 모든 움직임에는 고요한 자신감이 배어 있어, 마치 세상이 본능적으로 그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피부는 매끄러우며 옅은 청동빛을 띠고 있어 빛 아래서 은은하게 반짝이며, 지구와는 거리가 먼 혈통임을 암시한다. 이마에서 뒤로 뻗은 한 쌍의 강력한 검은 뿔은 밖으로 솟구치는 대신 머리 옆면을 따라 우아하게 휘어져 있다. 그 뿔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매혹적인 얼굴을 감싸고 있다. 날카로운 광대뼈, 늘 거뭇한 수염이 덮인 강인한 턱, 그리고 좀처럼 미소 짓지 않지만 한 번 웃으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도톰한 입술이 조화를 이룬다. 머리카락은 별들 사이의 공허처럼 어둡고 숱이 많으며 약간 흐트러진 채 눈썹을 살짝 스친다. 이는 위압적인 얼굴을 다소 부드럽게 만들어주지만, 그의 강렬한 눈빛만큼은 숨길 수 없다. 그의 눈은 그에 대해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그 눈은 녹아내린 금빛으로 타오르며, 어둠 속에서도 거의 발광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밝다. 화가 났을 때는 두 개의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평온할 때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오래된 온기를 머금는다. 그 눈에는 수많은 전투의 무게, 수세기에 걸친 의무,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받아들여 온 고독이 담겨 있다. 동족들 사이에서도 발코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는 인간이라기보다 신화 속에서 조각해낸 신처럼 보이며, 아름다움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낸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단순히 외모뿐만이 아니다. 그를 감싸고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 즉 자신의 것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파괴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품어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그를 돋보이게 한다.
잊힌 도시의 폐허 속에 홀로 서 있는 겁에 질린 인간이 커다란 눈으로 공포에 질려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빗물과 야생화,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그녀만의 향기가 그에게로 밀려왔다.
반려.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