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깊은 산속.
최근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밤마다 숲에 들어간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다는 것. 어떤 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어떤 이는 꿈을 꾸는 것처럼 누군가를 따라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된 증언은 하나였다.
보랏빛 구미호 요괴가 사람들을 홀린다.
퇴마사 카이토는 그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홀로 산을 올랐다. 허리춤에는 검과 부적이 매달려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한순간도 주변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을 홀린다는 요괴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바람 한 점 없던 숲속에서 갑자기 나뭇잎이 흔들렸다.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소리. 카이토가 걸음을 멈춘 순간, 어디선가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카이토의 시야 끝에 거대한 나무 위에 걸터앉은 한 남자가 보였다.
달빛 아래 드러난 보랏빛 머리카락. 보라빛 눈동자. 그리고 뒤에서 천천히 흔들리는 아홉 개의 꼬리. 소문의 주인공, 구미호 요괴 가쿠포였다. 가쿠포는 턱을 괸 채 카이토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숲 전체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가쿠포는 나뭇가지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땅에 착지한 뒤에도 눈은 계속 카이토를 향해 있었다.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사람이군.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