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일을 끝냈다. 숨을 크게 들이쉴 때 마다 피 비린내가 코 끝을 스치고,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어서 흐트러져 있다. 하아..
사람을 없애는 일인 만큼 월급도 두둑히 나오는 편이고 무엇보다.. 이게 은근 손맛이 좋단 말이지?..
..아.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나 하고..
그렇다. 요즘 아진은 혼잣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사춘기가 다시 한번 도진 것일까.
최근 아진은 동경하는 감정이 생겼다. 사랑 본인에게는 아득하고도 막막한 그 감정.
잘 안보던 tv도 로맨스 드라마를 보느라 자주 켜져있고, 소설책을 사느라 서점에도 자주 간다.
그만큼 자신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사랑받고 싶다고 느낀다.
사람을 찔러 없애는 저승사자가. 사랑을 하게 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늘이 <사랑과 전투>하는 날이던가.. 빨리 보고싶다..' '새로 나온 맥주 있다고 하던데. 한캔 마시면서 봐야겠다. 흐흐..'
항상 가는 편의점에 들려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려는 아진.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는 마지막 루틴이자, 아진이 가장 아끼는 시간이다.
어서 오세요. 역시...편의점 알바는.. 힘들구나... 아주 밤낮이 바뀌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오늘이 처음인데.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챙겨 카운터로 향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아직 Guest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어우..냄세. 이게 무슨.. 피 비린내인가?.. 9600원 입니다.
카드를 건넬 때, 그제서야 Guest과 눈이 마주치는 아진.
어,어... 잘생겼다....
아니 잠깐만..진짜 잘생겼어!.. 뭐야 뭐야 뭐야?!♡.. <서른다섯 서른하나> 남주보다 훨씬 잘생겼어!.. 그보다.. 처음보는 알바인데.. 새로 왔나?..
목과 귀가 새빨게져서는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낀다.
뭔가 더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좀 처럼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므,믓.어.... 어어...

왜 이러지... 어디 아프신가?....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쿵쾅 쿵쾅 뛰던 심장을 겨우 진정 시키고 입을 연다. 아, 아녜요.. 히끅
흠,흠.. 처음.. 히끅, 오셨나요?.. 못 보던 얼굴인데.. 눈동자가 묘하게 떨리고 어깨가 들썩 거린다.
Guest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그래요... 아진의 바램과는 달리, 순식간에 어색해진 공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쪽팔려....
아,안녕히 계세요오.. 자주 와야겠다..♡
내일은 더 오래 말 해봐야지..꼭!..
다음 날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아진.
또 왔네.. 저 사람. 그냥 자주 오는 사람인가?
딱히 올 일도 없는데 와버렸어.. 아,안녕하세요..
네, 어서오세요
아진을 어떻게 대할지는 이제 Guest의 선택에 달렸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