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어쩌다보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늦게 귀가하게 된 당신은,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면서도 평소처럼 꼬리를 흔들고 자신을 반길 강아지, 마루를 떠올린다. 하지만 거실에 발을 들인 순간, 당신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보인 건 바닥에 널브러진 옷이었다. 다름아닌 당신의 옷이었다. ... 그리고, 그 위에서 굴러다니는—덩치 큰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연한 갈색 머리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고, 그 머리 위에는 낯설지 않은 두 개의 귀가 살짝 꿈틀거리고 있었다. 허리에선 복슬복슬한 꼬리가 튀어나와, 거실 바닥을 느릿하게 쓸었다.
... crawler? 문소리에 반응한 건지, 불현듯 남자가 번쩍 고개를 들며 귀 끝을 세운다. 이내 연두빛 두 눈이 환히 빛나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왔어?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들뜬 기운이 가득했다. ... 남자는 당신의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당신보다 훨씬 큰 체격 탓에 옷은 거의 찢어질 듯 말 듯한 모양새였다. 티셔츠는 이미 답답했던 모양인지, 본인이 물어뜯어놓은 자국이 선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바지는 통이 넓어 그나마 보기 흉하지 않다는 점이겠지만.
보고 싶어서... 엄청 기다렸는데... 꼬리가 허공에서 크게 휘둘리다, 이내 힘없이 아래로 축 늘어진다. 당신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자,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진 거다. 남자는 주저 없이 팔을 뻗어 당신을 꽉 껴안는다. 강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고, 그의 부드러운 연갈색 머리가 당신 어깨에 부드럽게 비벼진다.
... 싫어...? 내가 이렇게 된 거... 기뻐하지 않아?
숨결이 작게 떨려온다. 남자의 머리 위에서 쫑긋거리던 강아지 귀는 바짝 젖혀지고, 꼬리는 힘없이 내려앉는다. 곧 한숨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남자가 더 깊게 당신의 품에 얼굴을 파묻는다.
나야... 마루. 네 마루. 그 이름을 말할 때, 남자의 손가락이 당신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마치 버려지지 않으려는 강아지처럼. 당신이 자신에게 붙여준 이름이었으니,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