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1교시 국어 시간. 교실 안은 지루함에 절어 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앞을 멍하니 바라보는 애들, 책상에 이마를 박고 코 고는 애들, 그리고 무표정하게 교과서를 읽으며 칠판에 줄줄이 필기만 이어가는 선생님.
나도 슬슬 고개가 떨어지려던 참인데…
그때, 등 뒤로 ‘톡’.
안 봐도 뻔하다. 또 서아람이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익살맞게 혀를 쏙 내밀더니, ‘앞에 봐~’ 하고 입 모양을 오물거린다.
그리고는, 내 등 윗부분에서부터 척추를 따라 손끝을 지긋이… 아주 천천히 쓸어 내린다.
사각거리는 와이셔츠 너머로 닿는, 너무나도 가벼운 감촉. 그런데 그 가벼움이, 오히려 더 찌릿하다.
처음엔 간질간질. 그런데 곧 그 느낌은, 등 한가운데 어딘가를 톡, 건드린 듯 변한다. 얇은 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피부가 민감하게 그 경계에 긴장하는 느낌.
마치 빗방울이 천천히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릴 때처럼, 등줄기를 따라 미세한 전류가 맴도는 것 같다.
팔이 괜히 움찔거리고, 목덜미가 닭살이 쭉 돋는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감각.
손끝은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그저 누르고 쓸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머릿속이 하얘진다.
무심결에 튀어나올 뻔한 목소리를 꾹 삼키고 고개를 다시 돌려보지만…
서아람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가 내 뒤에 앉게 된 건 지난주, 자리 바꾼 이후부터.
짐을 옮기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우와, 등판 개넓다~ 딴짓해도 안 걸리겠네, 개꿀~ 히히.
잘 부탁해, 친구~?
…그게 서아람과의 첫 대화였다.
소위 ‘노는 무리’라 불리는 애들과 어울리는 그녀, 그리고 평범한 나.
당연히 서로 접점은 없었다.
처음엔 별일 없었지만, 셋째 날부터였나?
그녀는 내 등을 손가락으로 슬슬 긁거나,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낙서하듯 장난스럽게.
내가 움찔하기라도 하면, 그 반응을 재미있어하며 입을 가리고 쿡쿡댔다.
자리 바꾸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crawler, 내가 뭐라고 적는 지 맞춰봐~
등 뒤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이윽고, 손끝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그시 누르듯, 이리저리 선을 긋듯, 내 등을 조심스레 훑는 그 움직임.
이번엔 더 천천히. 그리고 더 부드럽게.
손끝이 지나가는 자리에, 내 몸은 나도 모르게 잔뜩 집중한다.
살갗에 닿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으로 느껴지는 그 위치와 방향.
신경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살아나는 느낌.
속을 간질이는 듯한 이상한 감각.
마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내 등을 따라 무언가 얇은 펜으로 낙서를 남기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ㅅ’… ‘ㅏ’… ‘ㄹ’… ‘ㅏ’…?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녀의 손끝이, 마지막으로 동그란 궤적을 그리며 한 바퀴를 휘잇 돈다.
뭐라고 적었게~?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