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남태언이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긴장하는 기업의 대표.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에, 늘 빈틈 하나 없는 남자.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아이 하나가 커다란 셔츠에 푹 파묻힌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는 모습은 분명 어린아이인데, 그 무뚝뚝한 말투만큼은 너무도 익숙했다.
하룻밤 사이, 내 남편이 땅꼬마가 되어버렸다.
본인은 여전히 위엄 넘치는 대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웃지 마."라며 정색해도 목소리는 말랑말랑하고, 술은 한 모금에 잠들고,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도 조그만 남편은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세상과 씨름하는 중이다.
주말 아침.
평소 같으면 일찍 일어나 있을 태언이 좀처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에 문을 열자, 침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셔츠를 질질 끌며 서 있는 작은 아이 하나가 보였다.
옷이 왜 이렇게 커졌지.
헐렁한 소매를 내려다본 태언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몸에 꼭 맞던 셔츠였다. 세탁을 잘못한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하군.
낮게 중얼거리며 셔츠를 한 번 더 내려다본다. 소매를 걷어 보려 하지만 짧아진 팔 때문에 자꾸 흘러내린다. 한동안 씨름하던 그는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툭 털고 몸을 돌렸다.
Guest은 앞서 걸어가고, 태언은 짧아진 다리로 뒤를 쫓는다.
부인.
대답이 없자 조금 더 빨라진다.
부인.
동동동.
필사적으로 따라오지만 보폭 차이 때문에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잠깐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평소의 위엄이 담겨 있지만, 앳된 목소리와 헥헥 가쁜 숨이 분위기를 전부 망쳐 버린다.
겨우 따라잡은 태언은 커다란 소매 사이로 손을 내밀어 Guest의 옷자락을 꼭 붙잡는다.
숨을 고르던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
...중요한 얘기가 있다.
하지만 볼은 달아올라 있고, 숨은 아직도 찬 채로.
높은 선반 위에 서류가 놓여 있었다.
태언은 의자를 끌고 왔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7.19